30일부터 '황금연휴'…지자체‧방역 당국 대비 나서
'무증상 감염' 위험성으로 연휴기간 환자 늘어날 가능성 있어
전문가들 "환자 5000여명 연관성 확인된 '신천지 사례' 상기해야"
국내 코로나19 신규환자가 11일째 10명 안팎의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석가탄신일인 오늘(30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 기간을 맞아 국내 주요 관광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전망이다.
방역 당국이 이르면 오는 5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생활방역체계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휴기간이 재확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휴기간 강원도 속초·강릉지역 숙박시설 예약률이 97%에 달한다"며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지만 지난해 대비 약 90% 수준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기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버스는 임시배차가 하루 사이 11차례 이뤄질 정도로 예약자가 늘었다. 서울역에서 강릉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의 경우 토요일까지 오전 시간대 열차가 모두 매진된 상태다.
서울에서 양양을 거쳐 속초로 향하는 노선을 운영 중인 한 고속버스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확실히 예약이 늘었다"며 "(상황에 따라) 임시배차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이날부터 어린이날까지 총 6일을 '집중방역기간'으로 정하고 1만여명의 방역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도 역시 연휴기간 대규모 관광객 방문에 대비해 방역 수준을 끌어올린 상태다.
제주도는 발열기준을 기존 37.5도에서 37.3도로 강화하고, 렌터카 대여 시 방역지침 이행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할 방침이다. 실내 관광지에선 마스크 미착용자의 관람을 제한하는 조치도 시행키로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 주까지 18만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돌 하르방끼리도 2m 간격을 유지하고 마스크를 끼고 있다. 관광객들이 방역 협조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오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환자 1명이 신천지 유사 사례 만들 수 있어"
여행 자제하되 불가피하다면 개인 위생수칙 철저히 지켜야
지자체와 방역 당국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연휴기간 이후 대규모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31번 환자' 발생을 계기로 촉발된 '신천지 집단감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29일 0시 기준 신천지 연관성을 갖는 환자는 5212명으로 전체 환자의 48.4%에 달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휴 기간 이동량이 늘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관광을 할 경우 "혹시라도 숨어 있는 무증상 감염자나 증상이 가벼운 사람들로 인해 전파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환자 1명이 신천지와 같은 상황을 언제든 만들 수 있다. 훨씬 더 주의하고 더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되도록이면 (관광을) 안 가는 게 좋다"면서 "어쩔 수 없이 가야한다면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을 한다든지 손 씻기·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이 있을 수 있다며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어디서든지 개인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