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바이오팜 상장 계기로 주가 한 달 만에 31% 치솟아
SK텔레콤 인적 분할 가능성…“주주총회 승인 위한 주주 동의 관건”
자사주 매입·바이오팜 상장 계기로 주가 한 달 만에 31% 치솟아
SK텔레콤 인적 분할 가능성…“주주총회 승인 위한 주주 동의 관건”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에 나선 SK㈜ 주가가 큰 폭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시장에서는 사측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는 그간 기업 가치에 비해 낮은 수준의 주가가 유지돼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매입과 SK바이오팜 상장 추진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및 중장기 로드맵이 일정 부분 공개됐다는 평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SK㈜는 전장 대비 0.19% 내린 2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소폭 내림세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9월 말 20만원선이었던 SK㈜ 주가는 약 한 달 만에 31% 치솟은 상태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을 보유한 SK그룹 지주사다. 이들로부터 배당을 받아 SK바이오텍,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등 그룹의 미래 성장축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SK가 인수합병(M&A)과 글로벌 혁신 사업 투자를 통해 성장을 거듭한 반면, 주가는 수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주가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정체돼 있다 보니 소액주주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특히 SK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5월부터 8월 말까지 주가가 25% 넘게 내려앉았다. 그동안 SK 투자자들은 관련 커뮤니티에 “주가가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게 일인 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회사”라며 “즉시 주가부양책을 발표하고 주가폭락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게시했다.
올해 들어 증권가에서도 SK가 주주환원책 등을 발표해야 할 때가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SK의 100% 자회사이자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인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묵묵부답이던 SK가 움직인 것은 수개월 뒤인 지난달 1일이다. 회사는 이날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보통주 352만주, 7181억원 어치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이날 SK는 9.8% 상승 마감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연일 올리던 항의글 대신 최태원 회장에 대한 ‘문안인사’ 글을 게시하고 있다.
시장은 또 SK의 자사주 매입 발표 시기를 두고 그룹이 연말 계열사 사장단 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회사 주가를 반영하는 핵심 성과지표(KPI)를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10월 회사의 주가 강세를 분석한 이색 보도자료를 배포해 CEO 평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일단 사측의 주가 부양 의지 표현이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할 것으로 봤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부진해서 저평가 요인이 심화됐고, 연말~연초 계열사 평가에서 주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현 시점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SK의 자사주 매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자사주 매익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넘어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자사주 매입으로 SK가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 시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였다. 이후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SK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의 사업역량 강화 측면에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국내 업체를 M&A 하기 위해선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해서 반도체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등의 새로운 투자를 진행하기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즉 SK텔레콤을 SK하이닉스 지분 등을 보유하는 투자회사와 나머지 부문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하고, 동시에 SK텔레콤 투자회사를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합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그는 “최근 SK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SK바이오팜도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는 최소 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며 자회사 상장으로 얻는 이익을 특별배당의 형태로 투자자들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11월 미국 식품의약청(FDA) 허가 결정에 주목한다”며 “현재 SK 시가총액에 낮게 반영된 SK바이오팜 지분 가치가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또 “SK바이오팜 기업공개 시 SK는 일부 투자대금 회수가 가능해 이를 재원으로 특별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데에는 법인세 납부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이 완료되면 SK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기존 20.7%에 더해 25.7%까지 늘어난다. 이 25.7%는 과거 SK C&C 합병과정에서 SK C&C가 보유했던 SK 주식이 자사주로 변경된 것이다. 당시 지분 중 일부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현물출자 시 양도차익에 관한 법인세(약 4000억원)를 과세 이연 받았다. 정 연구원은 “향후 보유 자사주를 활용(교환)하거나 처분(매각 또는 소각)하면 법인세 납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관건으로는 주주총회 승인을 위한 주주들의 동의를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현재 주가에서 분할을 통해 SK텔레콤 투자부문이 SK㈜와 합병하게 되면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큰 폭으로 희석된다”며 “또 실제 주가가 영향을 받으면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실패를 답습할 수 있어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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