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리점 계약 중도해지…퀴아젠코리아 과징금 4000만원 부과
공공기관 입찰을 앞두고 제품공급을 거절…단독 입찰로 유통마진 챙겨
공공기관 입찰을 앞두고 제품공급을 거절…단독 입찰로 유통마진 챙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30일 질병관리본부 입찰을 앞두고 퀴아젠코리아(유)가 자신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대리점과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결핵진단기기 제품 공급을 거절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4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국내 대리점은 질병관리본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고 퀴아젠코리아가 그 입찰에 직접 단독 응찰(낙찰 2015년 12월)함으로써 대리점이 얻을 예정이던 유통마진을 자신이 수취했다”고 밝혔다.
퀴아젠코리아는 결핵진단기기 등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자다. 모회사인 퀴아젠으로부터 결핵진단기기를 수입해 국내 대리점(독점)에게 공급하고, 국내 대리점은 이를 질병관리본부·병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
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은 피부반응검사(Tuberculin Skin Test, 점유율 60%)와 혈액검사(Interferon-gamma Release Assay, 점유율 40%) 방식으로 나눠지는데, 퀴아젠코리아는 혈액검사 방식 결핵진단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퀴아젠코리아의 2014년 기준 결핵진단기기 국내 시장점유율은 39% 수준이었다. 모회사인 퀴아젠(QIAGEN GmbH)은 독일에 본사를 둔 생명과학회사다. 2017년 기준 퀴아젠 그룹사들 글로벌 합산 매출액은 총 14억2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다.
퀴아젠코리아 결핵진단기기는 2005년 이후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공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2016년 52억원에서 2017년 24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제재를 받은 부분은 공급량이 급증했던 2015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10월경 결핵진단기기의 대규모 발주(계약금액 25억원 상당)를 예고한 시점인 셈이다. 이때 퀴아젠코리아와 국내 대리점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결핵진단기기(혈액검사 방식) 공급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11월 24일 해당 품목에 대한 입찰 공고를 하자 퀴아젠코리아는 그 다음날(11월 25일) 대리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퀴아젠코리아와 국내 대리점 계약만료일은 제품등록일(2014년 6월)로부터 2년6개월 이었다. 계약기간은 1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계약해지 통보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서 규정에 따라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해지되는 것임에도 퀴아젠코리아는 계약해지 통보 직후부터 국내 대리점에 대한 제품 공급을 거절했다.
반면 퀴아젠코리아는 2013년 3월경 체결한 대리점과 계약이 2015년 6월경 이미 만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계약서 작성 경위, 회사 내부메일 등 증거자료, 관련된 민사법원 결정문 등을 볼 때 퀴아젠코리아가 계약기간 중 계약해지 했다며 대리점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퀴아젠코리아 행위는 중도 계약해지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국내 대리점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퀴아젠코리아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공공기관 입찰을 앞두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내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하고 제품 공급을 거절함으로써 대리점 입찰기회를 잠식했다”고 판단했다.
또 퀴아젠코리아는 질병관리본부 입찰에 대리점을 배제하고 자신이 직접 응찰하면서 입찰가격을 낮추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 대리점은 그간 고객 확보 노력을 상실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가 국내 대리점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대규모 입찰을 앞두고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제품공급을 거절함으로써 국내 대리점 피해를 초래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가 제품을 공급함에 있어 국내 대리점을 부당하게 배제하고 자신이 그 이익을 독식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향후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우위에 있는 본사가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에 대해 부당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끼치는 행위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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