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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았수다” 해녀·비자림·그리고 힐링…생태관광의 모든 것 ‘제주 평대리’ [배.태.랑]


입력 2025.03.19 11:27 수정 2025.03.19 11:28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비자림·평대해변 등 볼거리 가득

아침을 여는 해녀들의 웃음소리

마을 곳곳 삶의 이야기도 매력적


환경부에서 3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선정된 제주 구좌음 평대리.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2023년 지정된 환경부 인증 생태관광마을 평대리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배.태.랑은 ‘배기자와 함께하는 생태사랑 여행’이다. 매달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이달의 생태관광지를 직접 방문한다. 환경부는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매달 한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전국 생태관광 지역 중 해당 월에 맞는 특색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지역 관광자원 연계 및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한다. 배.태.랑은 전국에 있는 생태자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태적 가치와 보존, 그리고 관광이 공존하는 ‘이달의 생태관광’을 직접 조명하고자 이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보여행자, 가족여행자 눈높이에서 바라본 현장감 있는 시리즈로 풀어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난이도 = 천천히 여유 있는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제주 평대리가 제격이다. 가족 단위로도 손색이 없는 완만한 코스에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힐링 그차체다.


접근성 = 공항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다. 인근에 성산일출봉, 김녕해변, 비자림, 돝오름 등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노선버스도 다니는 큰 도로도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좋다.


볼거리 = 제법 난이도가 있는 돝오름부터 1시간 남짓 산림욕을 즐기기 좋은 비자림, 그리고 해녀들의 작업을 볼 수 있는 평대리 해변까지 생태관광의 모든 것을 갖췄다. 전복솥밥이 아주 유명하다. 평대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돗죽’도 별미다.


전국에 지정된 생태관광지는 저마다 독특한 문화와 특징이 있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지역부터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생태관광은 뭐니뭐니해도 ‘힐링’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마을이 바로 ‘힐링의 성지’다. 마을을 걷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다.


최근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작한 드라마가 방영 중인데 평대리도 드라마 속 장면 못지 않게 아름답다.


더구나 수많은 제주도 관광지 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나만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평대리마을이 제격이다. 마을 곳곳에 보이는 표식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솔솔한 재미다.


비자림은 코스가 완만하고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울창한 숲속에서 뿜어대는 피톤치트를 한껏 느끼고 오자. 비자림에 가면 새천년 비자나무와 사랑나무를 꼭 봐야한다. 비자림의 1만여 그루 비자나무 중 가장 굵고 웅장한 나무가 바로 새천년 비자나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제주도의 5번째 생태관광지 ‘평대리마을’


환경부가 3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제주 평대리’를 선정했다. 제주 평대리는 제주 해안 특유의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잘 보전된 마을이다.


인근에 비자림, 돝오름, 고즈넉한 해안길 등 자연생태자원과 해녀를 비롯한 문화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지난 2023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 제주도에서는 5번째 생태관광지다.


평대리의 비자림(천연기념물 제374호)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 중이다. 예로부터 비자나무는 구충제도로도 쓰고, 간식으로도 먹는 등 ‘팔방미인’ 나무로 불렸다.


아울러 이곳은 난대림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고사리류를 비롯해 나도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차거리난 등 희귀한 난과식물의 자생지로 제주의 특별한 자연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돝오름(경관보전지구 1등급)은 정상에 둥근 분화구가 있는 화산체인 오름이다. 해발은 284.2m, 오름 형태는 달걀모양이다. 최근 도로가 유실돼 돝오름 정상까지는 접근하기 힘들다. 제주도에서는 오는 6월까지 도로 보수작업에 나선다.


제주도에는 여전히 해녀 문화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평대리 역시 3곳의 해녀 작업장이 있다. 해녀들은 하루 4~5시간을 물속 작업을 한다. 이날 촬영 당시 날씨가 추웠는데도 해녀들이 물때를 맞춰야 한다며 무거운 장비를 챙겨 작업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마을 돌담길로 시작되는 뱅듸고운길은 해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불턱을 비롯해 부대각비 등 제주 해안마을 역사·문화·생태가 흥미롭게 이어진 길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을 위해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며 쉬는 곳이다. 부대각비는 제주 인물 ‘부시흥’의 위적비다.


제주 밭담은 밭 주위를 검은 현무암으로 쌓아 올려 만든 돌담이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됐다.


평대리는 돝오름 기슭 비자림을 시작으로 해안에 이르기까지 평탄한 지대에 있다. 절반 이상이 경작지다. 구좌읍은 당근으로 유명하다. 3월 평대리에 가면 까만 밭담 안 주황색 당근을 수확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밭담길을 걷다가 목이 마르면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카페거리에서 물이 오른 달큼한 당근 주스로 피로를 풀자.


비자림 숲 체험, 제주 해안마을 문화체험 등 제주 평대리 생태관광 정보와 연계 방문 가능한 지역 관광명소, 추천 여행일정은 환경부 ‘우리나라 생태관광 이야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제주 평대리 생태관광 체험 안내 등 각종 정보는 평대마을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평대리 염나니코지 인근은 해녀들의 작업 공간이다. 입수 전 물안경 세척과 장비 점검은 필수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제주에서 ‘감성여행’을 원한다면 평대리가 제격


제주도는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동쪽 해안에 자리한 평대리는 조용하면서도 매력적인 어촌 마을이다.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제주만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평대리에서의 하루를 추천한다.


평대리에는 해녀 작업장 세곳을 운영한다. 오전 9~10시 사이 작업장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해녀를 볼 수 있다. 다만 작업을 위한 물때 등이 있기 때문에 평대마을 홈페이지나 ‘평대리 생태관광마을협의체’에 문의하면된다.


평대해변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모래 등은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김명희 평대리 생태관광마을협의체 사무국장은 “평대해변은 유명한 협재나 함덕 해변보다 한적해 제주 바다의 고요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며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다 색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평대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돗죽.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만족하는 음식이다. 속이 편안해지고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마을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감성 카페와 로컬 맛집이다. 평대리가 작은 마을임에도 미식가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다. 당근으로 유명한 구좌읍이라서 당근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가 카페마다 인기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음식의 경우 평대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돗죽’을 추천한다. 상당히 생소한 음식이고, 좀처럼 접하기도 어려운데 별미를 찾고 있다면 무조건 맛보기를 추천한다. 식당 주인이 음식 개발을 위해 4년 동안 여러 문헌들을 찾아 복원한 음식이다.


돗죽은 제주도 말인 ‘돼지’가 주원료다. 여기에 제주 앞바다에서 나는 모자반이 들어가 조화를 이룬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오랫동안 삶아 부드러워진 돗의 식감, 그리고 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모자반까지 평대리를 방문해서 첫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염나니코지 등 해안길따라 펼쳐지는 ‘평대이야기’


평대리만의 독특한 특색을 이야기한다면 해안길따라 보이는 표지판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의 하나다. 해안길 곳곳에 자연경관을 소개하는 표지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용어들이 많다고 그냥 지나치지 말자. 평대리 생태관광마을협의체에서는 앞으로 해안길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 표지판을 세우고, 마을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염나니코지는 소금을 만들었던 곳이라고도 하고, 나무의 잎 모양을 닮았다고도 해 이름이 지어졌다. 옆에 있는 포구 이름도 ‘염난이’라고 불렸다. 포구가 확장되면서 모래 움직임이 달라져 쉰모살로 모래들이 쌓이고 있다. 해안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코지는 곶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바위나 육지부분이 바다로 둘러싸인 바다 속으로 길게 뻗어 나가고, 삼면이 바다를 접한 곳을 말한다. 코지에서 규모가 크면 반도가 되는 것이다.


바닷가 혹은 바다 안의 커다란 바위동산을 ‘여’라 부른다. 반여동산은 해안도로 개발 이전, 반은 육지, 반은 바다속에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옆으로는 평대리 서동 용왕당이 있다. 용왕당은 어부나 해녀들이 용왕님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곳이다. 평대리는 3개동 모두 각각의 용왕당을 가지고 있다.


쉰모살길은 평대해변과 함께 시원한 해안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대수굴은 평대리 용천수 중 해안가 동굴이다. 여기서 솟아나는 물을 대수굴물이라고 한다. 물이 크다고해 한자어로 대수를 사용했다.


예전에는 물통에 경계석을 둬 상단은 식수로, 하단은 빨래하거나 채소를 씻고, 아이들 목욕하는 물로 사용했다. 주로 여성들이 사용하던 곳으로 무더운 여름철에는 여탕으로도 사용됐다. 여기서 동쪽으로 20m정도 떨어진 곳에는 생이물이라는 남탕도 있었으나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사라졌다.


쉰모살의 모살은 제주어로 모래. 쉰모살은 모래가 쉬고 있다는 뜻이다. 이 해변은 바람에 따라 모래가 층을 이루며 올라오다가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해 모래사장을 이뤘다. 이를 올라오다 쉬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감수굴은 물맛이 좋아 단물이라는 한자어 감수를 사용했다. 관혼상제 때 정화수로 쓰일만큼 귀하게 여기던 물이다. 주변 마을에서도 물을 뜨러 왔다고한다. 감수굴 주변을 감수굴동네라고도 한다.


숙종 28년에 사찰을 폐쇄할 무렵 이곳 절터 부근에서 유생강씨가 모래땅에서 샘을 처음 발견했다고 하고, 1940년에 지금의 원통형으로 정비해 현재까지 보전되고 있다. 감수굴 앞 수덕비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남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이 고장 문화를 이룬 감수굴 조상 혼이 담긴 유산으로 영구히 보전하고자 수덕비를 세운다고 적혀 있다.


해녀들 작업이 한창인 평대리 마을 모습. 외국인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 해녀 문화는 독특하고 신비롭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넙적빌레는 파도와 바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평탄한 암반지대다. 바다 안쪽에는 자연적인 갯이 형성돼 미역, 톳, 우뭇가사리,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가 풍부하다.


과거에는 전복, 소라, 성게, 보말, 오분자기, 홍해삼, 돌문어 등을 채취했다. 동네 아이들은 물질하는 해녀들 옆에서 넙덕빌레 돌구멍에 수리대나무로 만든 걸통낚시대로 보들락, 검팽이(검은돌우럭) 등을 낚았다.


이밖에 꽃향기가 좋은 순비기나무 군락지인 갯동산, 평대리 올레길 중 하나인 제주 밭담 원형이 잘 보전된 수리왓길, 용천수가 나와 고양이들이 물을 먹었던 고냉이물 등도 독특한 제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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