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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아동수당 쟁탈전' 은행 배 불리는 정부 보조금?


입력 2019.07.25 06:00 수정 2019.07.25 05:52        부광우 기자

지급 대상 만 6세→7세 미만으로 확대…40만명 다시 혜택

"저희에게 맡겨두세요" 고금리 적금 봇물…정책 취지 실종

지급 대상 만 6세→7세 미만으로 확대…40만명 다시 혜택
"저희에게 맡겨두세요" 고금리 적금 봇물…정책 취지 실종


정부가 지원하는 아동수당 예산이 불어나면서 이를 노린 은행들의 영업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원하는 아동수당 예산이 불어나면서 이를 노린 은행들의 영업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짧은 기간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주는 적금 상품을 앞세워 늘어난 아동수당을 자신들의 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더는 동시에 소비 진작 효과까지 기대하며 마련한 정부의 보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민간 금융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아동수당에 편성된 예산은 2조1627억원으로 전년(7096억원) 대비 204.8%(1조4531억) 급증했다. 이처럼 아동수당 예산이 늘어난 것은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연령이 기존 만 6세 미만에서 만 7세 미만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 6세 생일이 지나 아동수당 지급이 중단됐던 40여만명도 다시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초 아동수당은 모든 가정들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득과 재산 기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90% 이하에 속하며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에게 월 10만원씩의 수당이 지원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아동수당의 적용 대상은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번에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됐다. 앞으로 복지부가 이를 만 12~15세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육아 중인 부모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처럼 파이가 커지는 아동수당을 겨냥해 적금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장기화 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고금리를 제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맘카페 등 온라인상에서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어떻게 굴릴지를 두고 정보를 공유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달 출시한 'KEB하나 아동수당 적금'은 이와 관련된 대표적 상품이다. 상품명에 아예 아동수당을 명시하고, 만기의 절반 이상 기간 동안 아동수당 입금을 전제로 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적용해준다. 월 10만원 한도 내에서 1·2·3년제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고, 최대 4.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초 'IBK W아이좋아통장'을 선보였다. 아동수당 수급 대상을 기반으로 가족 단위 고객까지 혜택을 연계했다. 아동수당을 3개월 이상 입금하고, 가족이 주택청약에 가입하는 등의 모든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4%의 금리를 준다.

핀테크 업체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하나은행과 손을 잡고 출시한 '하나은행 제휴적금X토스 아이사랑 이벤트' 적금은 최대 5.0%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에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수만명의 가입자가 몰렸다.

금융권에서는 아동수당을 타깃으로 한 은행들의 상품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계 수준과 무관하게 아동수당이 일괄 지급되는 만큼, 육아비가 급하지 않은 부모들의 경우 남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불려서 아이들에게 물려주려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동수당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부모들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맡겨 둘 만한 곳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은행들의 상품도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이 금융 상품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바람직하게 보긴 힘들다는 비판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육아에 대한 경제적 짐을 덜기 위한 아동수당이 금융 상품 가입에 쓰이는 것은 당초 정책 취지와 크게 빗나간 현실"이라며 "더욱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쓰여야 할 정부 수당이 금융권을 향하면서 부동자금이 돼 가는 것 역시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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