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객 정보 관리 사각지대…쓸모없는 모니터링 기준 방치
'올해 첫 FATF 평가' 경각심 고조…금감원 종합검사도 '부담'
일부 고객 정보 관리 사각지대…쓸모없는 모니터링 기준 방치
'올해 첫 FATF 평가' 경각심 고조…금감원 종합검사도 '부담'
DGB대구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정보 수집 과정 자체에 허술한 지점이 있는데다, 이를 감시해야 할 내부 규정마저 일부 무용지물인 상태로 운영되면서 여러 허점을 노출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사들의 자금세탁 실태를 둘러싼 경각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와중, 금융당국까지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른 은행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은 대구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상 고객 확인 업무와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체계 등에서 문제들을 발견하고 개선을 명령했다.
우선 대구은행은 과거 자금세탁 방지 전산 시스템에 여신 거래 소비자 정보를 입력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여신 거래만 있는 고객들의 정보는 연계 시스템에 입력·관리되지 않아 해당 내역이 자금세탁 방지에 활용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법인고객의 주요 혹은 최대주주가 또 다른 법인이나 단체일 때 실제 소유자 확인 방안을 정하고 있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경우 실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법이 2016년부터 시행됐음에도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이를 업무 매뉴얼에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의심스러운 거래를 걸러내기 위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식별·분석하는 추출 방식에서도 실효성이 미흡한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애초에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는 기준들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은 대구은행이 해당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왔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주일 간 비대면 채널에서 수시입출금 통장과 같은 요구불 계좌를 3개 이상 개설할 때 의심스러운 거래로 살펴보겠다는 대구은행의 이전 규정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 케이스다. 당초 이런 계좌 개설은 불가능하다. 대포통장 방지 정책에 따라 20일 간 비대면 채널로 개설 가능한 계좌는 2개로 제한돼 있어서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조건을 모니터링 방침으로 세워두고 있었던 셈이다.
또 대구은행은 해외 점포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업무 관리에서도 불합리한 면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국내법과 현지법의 차이점에 대한 비교 검토를 소홀히 해 비영리법인의 설립목적 확인에 관한 사항이 누락돼 있었고, 특정 지점이 자금세탁 위험 자체 평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개선을 지시했다.
이 같은 대구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미흡 사례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시점에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은행들이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까지 FATF의 상호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는 이른바 특금법으로 불리는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특금법에 따르면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금지 의무를 어긴 금융사는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앞서 정부가 시행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 결과에서 국내 금융권 가운데 은행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정부가 지난해 8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12개 기관과 함께 관련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자금세탁 위험은 '중간 높음'으로 판단됐다. 이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이 종합검사 부활을 예고한 가운데 나온 메시지란 점은 은행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또 다른 측면이다. 금감원은 2015년 폐지된 종합검사를 다시 실행하겠다고 지난해 예고한 뒤, 올해 들어 실제 일부 금융사들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으로 FATF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자금세탁 방지 대책을 둘러싼 은행들의 관심과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 상 앞으로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도 관련 사안이 중점 점검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금융권은 대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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