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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폭주하는 문재인정부


입력 2019.03.04 08:40 수정 2019.03.04 09:59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폭주의 저돌성, 자신들의 주도권과 거리가 멀어

황교안대표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겠다"…국민이 야당에게 부여한 사명

<김우석의 이인삼각> 폭주의 저돌성, 자신들의 주도권과 거리가 멀어
황교안대표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겠다"…국민이 야당에게 부여한 사명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정부가 ‘폭주’중이다. 폭주에는 대략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먹잇감을 좆아 내달리는 맹수의 폭주다. 다른 하나는 꼬리에 불이 붙은 듯 공포에 내달리는 들소무리의 폭주다. 전자는 제어가 가능하지만, 후자는 자신도 모르게 무리를 사지로 몬다. 그래서 후자의 경우는 폭주를 제어해야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신(新)한반도체제'를 언급하며, 그 첫 번째 과제로 '완전한 북미타결'을 강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중재자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정말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다.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위인이다. 이를 알고도 그랬는지, 아니면 알고 싶지도 않았는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장단에 기꺼이 춤을 춰 줬다. 문대통령이 호응하자, 김정은은 트럼프도 그럴 줄 알고 안이하게 ‘대륙종단쇼’까지 벌이며 개선장군처럼 회담국인 베트남에 입성했다. 승리는 이미 한 것이고 싸인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평양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북미수뇌상봉’을 보도한 것 아니겠나? ‘인민들을 사랑해’ 전리품을 챙기는 모습을 최대한 장엄하게 중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역시 문대통령보다 고수였다. 아니, 아무리 ‘장사꾼’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도 미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북한이 사전 실무협상에서 보인 미국의 태도와 문대통령의 ‘헌신적인’ 응원에 도취돼 있을 때, 미국은 ‘결정적인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의 ‘숨은 핵시설’이다. 회담결렬직전, 계획에 없던 미국의 볼턴(John Robert Bolton)보좌관이 회담장에 들어갔다. 그는 미국 내 보수진영의 대표주자였고, 대북외교에서 ‘매파’를 대표한다. 볼턴은 분위기가 좋을 땐 숨어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쁜 형사’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영변 외에 발견한 게 있다. 우리가 안다는 데 북이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트럼프의 개인변호사가 국회청문회에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중이었다. 볼턴은 북한의 새로운 핵시설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이를 무시해 보수진영이 돌아서면 당신은 끝이다”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에 응답해 회담을 결렬 시켰을 것이고, 청문회를 중계하던 미국언론은 트럼프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슈로 이슈를 덮은 것’이다. 그 결과 보무도 당당하게 출국했던 김정은은 패잔병처럼 초라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김정은은 그렇다 치고, 우리정부도 ‘맨붕’이었을 것이다. 우리정부는 ‘회담성공’을 기정사실로 하고, ‘너무 앞서간다’, ‘국민세금을 북에 퍼주지 못해 안달’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저돌적으로 나아갔다. 북한개발의 주도권 운운하며,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우리정부의 지나친 낙관이 김정은의 오판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회담결렬이 확인된 뒤는 청와대는 예의 ‘정신승리’를 보여줬다. 누가 봐도 ‘폭망’인 협상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관치언론에서 보인 태도와 비슷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다시 섶을 메고 불로 뛰어들 태세다. 3. 1절 기념사의 '신(新)한반도체제'는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작성한 문구였을 것이다. 상황이 180도 바뀌었지만,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물불 안가리고 돌진’하다보니 갑자기 멈출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국민메시지가 나왔다. ‘폭주’에 따른 참사의 전형적인 예다.

문제는 폭주의 저돌성이 자신들의 주도권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의 지지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북핵문제에서 현 정부가 김정은에게 우호적인 것은 그런 세력이 국내에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현 정부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결집력이 강한 남한 내 친북세력에게 김정은은 종손이고 종주다. 헌법에서 ‘자유’를 빼고자 하는 세력들이다. 그들은 보수진영이 다시 발호하기 전에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고자 한다. 그래서 서두르고 정부를 몰아붙이는 것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의 폭주가 대표적 예이다. 민노총 등 귀족노조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받드는 개념이다. 신앙에 가깝다. 서민과 중소상인이 아무리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끄떡도 없다. 그들은 현 정부에게 기둥과 같은 세력이다. 노무현정부는 그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지만, 지지철회로 무너졌다. 이를 잘 아는 현 정부는 그들을 ‘다루기’보다 ‘끌려 다니는 행태’를 선택했다. 인질이 되어 인질범에게 충성하는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을 연상시킬 정도다.

환경단체도 마찬가지다.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그 배후에는 좌파성향의 환경단체가 있다. 그들은 민노총 이상으로 비타협적이다. 수많은 주민들의 반대와 산업현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를 중단시켰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원자력기술은 사장되고 인력은 경쟁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문대통령은 원전 해외수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불안한 원전이 해외에서는 가장 안전한 원전이 되는 기현상을 대통령이 직접 연출하고 있다. 이율배반을 모르는 순진한 정신이거나, 탁월한 ‘메소드 연기’다. 미북정상협상 결렬상황에서 보였던 현정부의 정신승리는 이렇게 반복된다. 여기에 이제 ‘4대강 보 해체’를 밀어 붙이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극렬히 저항하는데 현정부는 환경단체 눈치만 보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천하의 근본을 버리고 환경단체의 말단적 허언만 쫒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현정부는 김정은, 민노총, 환경단체에 휘둘리며 국민은 안중에 없다. 이제 야당이 나설 차례다. 한국당 황교안대표는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실패가 명확해 진 협상에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국회동의도 없이 퍼붓겠다는 정부를 견제할 장치는 야당 뿐이다. 분명히 판명된 ‘소주성’의 허상을 제도적으로 바로잡는 것, 잘못된 에너지정책의 함정을 보이고 정상화시키는 것, 농민의 아우성을 받들어 정부의 잘못된 철거쇼를 경계하는 것 등이 이 시대 국민이 야당에게 부여한 사명이다.

이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의 헛발질은 야당에 호재가 된다. 이 때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견제역할을 충실히 하면 총선승리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그게 자멸하는 여권을 구하는 길일 수도 있다. 제기되는 모든 정치이슈는 야당에게 유리하다. 전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를 야당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이 현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야당에 지지를 보낸다면 총선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야당은 호재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또한 청와대와 여당은 이제라도 극단세력에 휘둘리지 말로 국민의 아우성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그 위의 경쟁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총선경쟁이다. 이제 우리국민도 그런 경쟁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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