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칼 빼든 국민연금, 방어 나선 조양호 한진 회장
재계 “이해관계 복잡해 어떤 결과라도 비판 이어질 것”
주주권 칼 빼든 국민연금, 방어 나선 조양호 한진 회장
재계 “이해관계 복잡해 어떤 결과라도 비판 이어질 것”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국민연금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3월 한진 및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KCGI가 경영참여·우호 세력 확보 카드를 꺼낸 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들의 승부처인 주주총회 이후에도 이어질 잡음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한진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1일 한진칼에 대해 정관 변경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데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달 초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최초로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가 ‘10%룰’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을 문제 삼아 반쪽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앞서 금융위원회가 “6개월 안에 주식을 매매하지 않으면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국민연금에 전달한 사실이 상기되며 뒷말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10%룰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 경영 간섭’이라는 경제계 반발을 감안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다음 달에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결원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에는 국세청이 지난해 말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추가 고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진의 오너리스크가 재차 부각됐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8.7%에 달한다. 반면 국민연금 지분율은 줄어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한진칼의 주식 지분율이 이달 1일 기준 6.70%(396만4894주)라고 공시했다. 직전 보고 때인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한진칼은 지분 7.34%를 보유했었다. KCG 지분(10.81%)을 더하더라도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28.93%)에 못 미친다. 조 회장 측은 4% 정도만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정관 변경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7.08%)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업계의 시선에 쏠린다.
한진칼 지분 10.71%를 보유한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소액주주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진칼과 한진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제안한 상황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한진과 한진칼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거부할 수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재계는 당장 주총보다 앞으로의 잡음이 더 무성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행보에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이슈 뿐 아니라 연금 사회주의, 국민연금 독립성 문제 등 정부를 포함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며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에 몸을 사려도, 반대로 압박 수위를 높여도 뒷말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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