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한계' 클리오·이쿼녹스, 올해 역주행 가능할까
클리오, 경쟁차 엑센트 단종으로 소형차 시장 '독주' 체제
이쿼녹스, 가격 경쟁력 갖추고 트래버스와 시너지 기대
클리오, 경쟁차 엑센트 단종으로 소형차 시장 '독주' 체제
이쿼녹스, 가격 경쟁력 갖추고 트래버스와 시너지 기대
지난해 ‘완성차 업체가 파는 수입차’의 한계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던 르노삼성 클리오와 한국GM 이쿼녹스가 올해는 ‘역주행’으로 회사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시된 르노삼성의 소형차 클리오는 연말까지 8개월간 총 3601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450대로, 전문 수입차 업체가 판매하는 수입차들과 비교해도 10위권 밖에 위치하는 숫자다.
판매 첫 달 756대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가 싶더니 6월 549대, 7월 351대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10월(681대)을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200~300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한국지엠의 중형 SUV 이쿼녹스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연말까지 7개월간 1718대를 판매해 월평균 245대에 그쳤다.
판매 첫 달 385대에서 둘째 달 191대로 급락하더니 8월(97대)에는 100대에도 못 미치는 굴욕을 겪었다. 12월 최대 660만원대의 할인을 진행하며 426대까지 물량을 끌어올렸지만 그 이전까지 200대 내외의 판매량으로 고전했다.
클리오와 이쿼녹스의 판매부진 원인으로는 해외 공장 생산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특성상 차급 대비 높은 가격과 트림과 선택 옵션을 세분화할 수 없다는 한계가 꼽힌다.
클리오의 경우 차급은 소형이지만 가격대는 준중형차 이상으로 형성돼 차급별 가격대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선택사양 없이 3개 트림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수요층을 넓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르노삼성은 클리오에 수입차 이미지를 강조해 가격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르노 엠블럼을 부착하고 별도의 르노 브랜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판매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쿼녹스 역시 한국지엠이 ‘중형 SUV’로 내세웠지만 차체 크기는 싼타페(중형)보다 작고 투싼(준중형)보다 조금 큰데 가격은 싼타페에 필적한다는 점이 국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트림 구성도 처음에 3개 트림에 AWD 시스템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했다가 지난해 11월 2019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좀 더 세분화했다.
지난해 고전했던 클리오와 이쿼녹스지만 올해는 판매 반등을 기대해볼 만한 요인이 있다.
우선 클리오는 올 하반기부터 소형차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될 예정이다. 강력한 경쟁상대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꽤 신경 쓰였던 현대차 엑센트가 단종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7월 소형 SUV 베뉴를 출시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던 엑센트를 단종시키고 베뉴를 투입할 예정이다.
엑센트는 클리오 출시 이후 8개월간 월평균 451대가 팔리며 클리오와 거의 비슷한 성적을 거둔 소형차다. 가격대가 달라 직접적인 판매 간섭이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자동변속기 디젤모델 기준 1500만원대 트림을 보유한 엑센트는 기본모델 1900만원대인 클리오에게는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아예 비교 대상이 사라져 버리고 클리오가 유일한 소형차가 된다면 ‘소형차 치고 비싸다’는 꼬리표를 떼고 좀 더 홀가분하게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소형차 시장에는 한국지엠의 아베오도 남아있지만 지난해 12월 13대, 연간 356대 판매에 그치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모델을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같은 프랑스 브랜드의 소형차인 푸조 208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클리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시작 가격이 2500만원대인 푸조 208에 비하면 1900만원대의 클리오의 가격은 ‘착한’ 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B세그먼트(소형차) 시장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클리오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소형차에 강점을 가진 르노 브랜드를 앞세워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의 가격을 최대 300만원 인하하며 어느 정도나마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가격을 낮출 여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신차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출시 때부터 현실적인 가격대를 제시했더라면 좋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가격을 낮춘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나아가 올해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잇달아 투입해 RV 라인업을 구축한다면 이쿼녹스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유례없는 수준의 가격인하를 바탕으로 3월 성수기 돌입과 함께 쉐보레 브랜드 도입 8주년 기념 의미를 담아 적극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것”이라며 “하반기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합류하면 국산차와 차별화되는 미국 정통 RV의 강점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으로, 기존 이쿼녹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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