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무리뉴, 이제는 '실패전문가' 전락
이제 ‘실패 전문가’ 라는 단어는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어울릴지 모른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2015년 앙숙이었던 아스날 전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지난 8년 동안 단 한 개의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한 실패 전문가"라고 비판했다. 언제나 '으르렁'대던 두 감독은 이후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존중하는 사이가 됐지만 무리뉴 감독의 언행은 항상 말썽이었다. 언론이나 상대팀 감독을 향한 독설은 결국 자신에게 화살로 돌아오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한 팀에서 오랫동안 눌러앉지 못한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곳에서 장기집권이 어렵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 감독은 내심 장기집권을 노렸다. 맨유도 지난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 체제로 실패를 맛보며 확실한 반전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폴 포그바를 비롯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로멜루 루카쿠, 헨릭 미키타리안, 네마냐 마티치, 에릭 바이, 빅토르 린델뢰프, 알렉시스 산체스 등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출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첫 시즌은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맨유라는 클럽의 브랜드를 감안할 때 크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빅클럽이라면 결국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과가 중요하다. 맨유는 첫 시즌 리그 6위에 머물렀다.
두 번째 시즌에는 나쁘지 않았다. 리그에서 2위로 올라섰고, 챔피언스리그도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맨유는 세비야에게 덜미를 잡혔다. 손쉽게 8강에 진출할 것이란 예측을 뒤엎는 결과였다. 무리뉴 감독은 FA컵에서도 첼시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무는 등 팀을 맡은 2년차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공식이 깨지고 만 것이다.
늘 그래왔듯 무리뉴 감독의 3년차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구단과의 갈등은 깊어졌으며,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도졌다. 이러한 모습은 낯설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 첼시에서도 세 번째 시즌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바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적마저 곤두박질쳤다. 리그 17경기에서 7승 5무 5패(승점 26)으로 6위에 머물고 있다. 29골을 넣고 무려 29골을 내줬다. 골득실차가 0이다.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반복했다. 맨유는 단 두 차례만 연승을 거뒀을 뿐이다.
경기는 언제나 지루하다. 수비 축구와 역습은 이미 상대에게 간파된 지 오래다. 더 이상 무리뉴 감독에게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결과마저 가져오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의 철학인 실리축구는 무너진 수비력으로 인해 좀처럼 구현할 수 없게 됐다.
화룡점정은 지난 주말 리버풀과의 노스웨스트더비다. 맨유는 이 경기서 1-3으로 완패했다. 슈팅수는 6대36, 볼 점유율은 36%에 머무는 등 리버풀을 상대로 일방적인 열세였다.
결국 맨유는 칼을 꺼내들었다. 갑작스런 해임 통보였다. 경질할 이유는 충분했다. 무리뉴 감독을 믿고 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또 다시 3년을 버티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 시절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했던 것에 반해 감독으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과거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유럽을 평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공이 아닌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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