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원희룡, 연일 강도 높은 '이재명 때리기'
羅 '암살위협 자작극 의혹' 安 '목 긁힌 뒤 누워' 발언으로
민주당에 고발 당해…元은 '조폭' '김정은' 수위 센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 효과' 의도?…정치권 "지지율 높이기"
"저쪽(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반박하고, 비난하고, 고소·고발까지 해주면 몸값이 오르니까 그걸 의도한 것 아니겠느냐." (국민의힘 초선 의원)
여권 잠룡들의 '이재명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잠룡들은 이로 인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정말로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야권의 유력 주자인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보수층은 물론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이 대표를 향한 강렬한 공세를 가하고 있어 주목받는 인물은 나경원·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나경원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제보가 다수 의원에게 접수됐다고 밝힌 것에 대해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테러 위협이라는 자작극 의혹이 짙은 구실로 본인은 쏙 빠진 채 하루 9㎞ 거리행진과 야밤의 장외집회에 친명 의원들과 당직자·보좌진들만 내보내는 이재명의 행태에 민주당 내부가 폭발 직전이라는 소식"이라고 전했다.
나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 위협을 자작극 의혹으로 치부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나 의원을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 의원은 지난 20일 다시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암살 위험 제보가 있다면, 그 제보자와 제보의 출처를 밝혀 고소·고발하고 수사 의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암살 위협 제보를 수사 의뢰하지 않으면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나 의원의 '이재명 때리기'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21일 민주당 등 야5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 대표 자신의 개인범죄를 방탄하고,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온 나라를 다 흔들고 있는 꼴"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의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도 매섭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자신이 아닌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석학과 AI 관련 대담을 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 대표의 부산 피습 사건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본인이 먼저 제안한 공개토론을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했다"며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도 'Fight'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 대표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한 행동이다. 그 정도로 구차하다"라고 쓴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테러 범죄의 피해자인 이 대표에 대한 악의적인 조롱일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라며 경찰에 안 의원을 고발했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물러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민주당 의원들이 나를 고발했다고 들었다. '최고존엄 아버지'를 건드렸다는 것"이라며 "제발 염치부터 챙기기 바란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목 긁힌 뒤 누워' 표현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SBS라디오에서 "(민주당 측이) 명예훼손으로 (나를 고발)했으니까, 그 점에 대해 경찰에서 알아서 조사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최 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날 "대통령도, 총리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 경제 사령탑까지 내치겠다는 것이냐. 도대체 이 나라의 경제와 민생은 누가 책임지느냐"라며 "이 대표, 제정신이냐"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장관도 이 대표를 '조폭' '김정은'에 비유하며 연일 맹폭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 대표와 맞대결을 펼쳤을 때보다 더욱 수위를 높인 모습이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가 지난 19일 최 대행을 향해 '몸조심하라'고 위협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본인 재판 선고 날짜가 다가오니 가면을 벗고 섬뜩한 조폭의 정체를 감추지도 않는다"며 "이재명 특유의 폭력적 보복 광기"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원 전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몸조심해야 할 상황"이라며 "조폭식 협박, 김정은식 숙청이 몸에 밴 이재명은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최대 위험"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한 것에 대해 "툭하면 단식하고 재판 불출석에 변호인 선임도 질질 끌고 연달아 위헌법률심판까지 청구하는 이 대표의 이중잣대가 참 뻔뻔하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21일 야5당의 최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서도 "경제부총리까지 탄핵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탄핵 광기'"라고 일갈했다.
특히 원 전 장관은 지난 1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자체 감사 결과와 관련해 "도 차원에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직접 고발하라"고 도발했다.
그는 "이재명의 대장동·대북송금·허위사실 모두 끝까지 밝혀내고 국민 심판대에 세운 사람이 원희룡"이라며 "국민 앞에서 거짓말 그만 늘어놓고, 원희룡이 거짓말을 하는지 이재명이 거짓말을 하는지 따져보자"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권주자 지지율이 중위권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506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권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나 의원은 5.7%, 안 의원은 2.2%, 원 전 장관은 2.1%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1%,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13.8%,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13.4%,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3.0%로 각각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본보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만 18세~39세 남녀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인 528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권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 의원은 5.4%, 안 의원은 4.7%, 원 전 장관은 3.1%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데 세 사람의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나 의원과 안 의원, 원 전 장관이 '반(反)이재명' 정서로 지지율 상승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를 비판한 대권주자에 맞대응하는 건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해당 주자를 띄워주는 셈"이라며 "여론의 주목도도 높일 수 있고, 보수층의 지지도 얻는 일석이조 효과"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사례가 이러한 정치적 해석을 뒷받침한다. 윤 총장은 2019년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발생한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며 여권과 갈등을 빚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에서 정직됐다.
이후 윤 총장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박탈하려는(검수완박) 여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임에도 국민의힘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폭등하며, 20대 대선에서 이 대표를 0.73%p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실제 민주당에서도 여권 대권주자들의 '이재명 때리기' 목적이 '몸값 높이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나 의원의 자작극 의혹 제기와 관련해 "나 의원은 이번에는 이 대표를 표적 삼아 유언비어로 극우들에게 '너인가'로 인정받을 거라 착각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