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1년도 길다"…갈 곳 잃은 돈 단기예금에 몰린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 37.5%↑…비중 역시 13.5%로 급등
“불확실한 경제·금리 인상 기대감에 단기예금 선호 현상 뚜렷”
부동산과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6개월 미만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국은행이 연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장기 예금 상품 가입 시점을 미루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간별 정기예금(말잔) 잔액은 올해 8월 말 674조4278억원으로 지난해 1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 후 연말(617조4699억원)과 비교하면 9.2% 증가했다.
특히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66조5733억원이었던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올 8월 말 91조5506억원으로 37.5%나 급증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과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은 139조8975억원에서 143조4737억원으로, 375조1454억원에서 397억9422억원으로 각각 2.5% 6.0%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금은행 기간별 정기예금 비중으로 봐도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이 작년 12월 말 10.7%에서 올 8월 말 13.5%로 급등했다.
이 기간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은 22.6%에서 21.2%로 1.4%포인트 떨어졌고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역시 60.7%에서 59.0%로 1.7%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상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증시 하락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 탓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환경이 불확실하다보니 만기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예금에 여유자금을 넣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미국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고 한은도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인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단기예금 선호현상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금 만기를 짧게 한 뒤 금리가 올랐을 때 재예치하면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연방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 경기의 확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노동시장은 강세를 지속했고 경제활동은 높인 비율로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감소했고 가계지출은 강하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경제전망 관련 리스크들은 대략적으로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 근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하락과 금리 인상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단기 예금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아직 판단이 어렵다보니 중장기 예금 가입 시점을 늦추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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