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접종 백신이고 ‘비소=독약’이라는 인식 탓에 극미량 검출에도 민감
회수 대상 이전 제품에 대한 불신도…청와대 청원 게시판 성토 글 급증
“피내용 백신이 없다고 해서 돈을 더 주고 접종했더니 결국 웃돈 주고 한 살도 안 된 아기한테 비소를 맞췄네요. 국가에서 필수접종이라고 해 놓고 기본적인 검사도 하지 않는데 앞으로는 뭘 믿어야 합니까.”
일본산 도장형(경피용) BCG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을 두고 아기 엄마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태어난 지 1달된 영아가 맞는 백신인 데다 BCG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있어 보건당국마저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일본BCG제조사가 만들고 한국백신상사에서 수입·유통한 경피용건조BCG 백신(제조번호 KHK147, KHK148, KHK149)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은 건강영향평가 결과 함유된 비소로 인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어 회수 없이 제조소 출하만 정지했지만, 한국 식약처는 국내 BCG 백신 대체품이 있는 점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회수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회수 대상 백신은 총 14만팩 이상이 국내에 유통됐다. 이번에 회수 대상인 된 3개 제조번호 제품 외 이전 제품에 대해서는 남은 물량이 없어 추가 검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소가 검출된 백신의 경우 1일 허용량의 38분의 1 수준으로 미량이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비소가 ‘독약’으로 인식되는 탓에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비소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1군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백신에서 검출된 비소가 미량이고 3~5일 이내 체외로 배출되는 성분이어서 주사를 맞았을 당시 문제가 없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보건당국의 지지부진한 대응 또한 아기 엄마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7일 식약처의 회수 발표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8일 오후 2시30분 기준 159건의 BCG 관련 글이 올라왔다. 백신 문제 관련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처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고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피내용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도 올라왔다. 주요 포털사이트 맘카페나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피내용 백신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웃돈을 주고 경피용 주사를 접종했다는 사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피내용 백신 물량이 충분하다는 보건당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아기 아빠는 “접종 전에 피내용 경피용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보건소와 아동병원에 전화해서 확인까지 했지만 결국 전국적으로 피내용은 약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내용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나 맞을 수 있는 병원이 지정돼 있다’는 보건당국의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미 맞은 아기들은 어떡하나. 국민을 보호해야 할 나라에서 믿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지적했다.
또 경피용 BCG 백신의 비소 기준초과에 대한 안전성 답변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이미 하루 만에 3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 맘카페에는 이번 백신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출산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까지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기 낳으라고 독촉만 할 게 아니다. 최근 미세먼지, 분유 사건에 백신 사건까지 터지고 있는데 뭘 믿고 출산을 하라는 거냐”며 “이제는 국가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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