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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3색' 한반도 안보의 키 우리가 쥔 게 아니다


입력 2017.08.21 04:28 수정 2017.10.16 09:51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북 위협 고조에도 전시환수권 외치는 문 대통령

한국을 계륵으로 여기기 시작한 미국에 미소짓는 북 정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부터)ⓒ게티이미지 코리아/연합뉴스

'한국' 전작권 환수가 그렇게 급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합동참모본부 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국방개혁과 ’자주국방능력 강화를 강조했다. 당연한 다짐이고 주문이다. 그런데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과 관련한 발언을 할 때면 그랬던 것처럼 어김없이 덧붙였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준비하는 군의 노력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우리 정부는 가능하면 환수시기를 더 미루고자 미국에 사정사정했었다. 그 결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 된 상태다. 그런데 진보정권이 재집권하기 무섭게 다시 환수에 마음 바빠하는 모습이다. 진보좌파(뭐라고 이름 붙이는 게 적확할 지 알 수 없어서 얼버무려 부르기로 한 명칭) 세력은 그 명분을 ‘군사주권 국가자존’에 두는 것 같다.

그럴듯하긴 한데 허장성세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동맹체제를 버거워하는 듯한데, 이는 북한의 핵무장에 우리 힘만으로 대적할 수 있게 된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국가자존도 당연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가존립이 문제가 될 때에는 마냥 고집만 할 명제는 못된다. 북한의 핵무장이 우리에게는 국가존립의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전투병력이 이른바 인계철선을 벗어나게 되는 상황, 그러니까 제2사단의 평택 이전 이후엔 전시작전통제권만이 유사시 미군을 자동적으로 개입시킬 수 있는 장치다(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그런데 그 장치를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그의 국방‧안보 참모들에게는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미국이 그 배경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독자적 방어력을 절대 신뢰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혹 김정은의 선의를 믿고 있는 것일까? 이는 세상의 상식에 어긋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우리사회의 보수정치세력과 그 지지자들만 남는다. 정치적 적대세력을 믿기 때문에 전작권 회수를 서두르는 것이다? 터무니없을 것 같은 이 상상이 어쩌면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 이들이 한미동맹을 흔드는 그 어떤 결정도 용납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짐짓 동맹을 경시하듯 하는 것이 아닐까?

전작권을 받아낸다 치자. 그 기대효과는 무엇일 수 있는가? 자주독립국의 위상 과시? 국민의 자존감 고취?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의 안보 대화상대로 지위 격상? 미국의 간섭 배제? 미군 주둔비용 경감? 대통령의 군통수권 실질화? 그런 것에 다 박수를 보낸다 치자. 핵무장한 북한이 미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향해 무력행사의 위협을 가해올 경우 대책은 있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그 살뜰한 민족이 6‧25 참극을 벌여 수많은 동족을 살상하고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던 일은 잊었던 것일까?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말이다. ‘주인이기 위한 전쟁’보다는 ‘노예의 평화’가 낫다는 뜻으로 들려 흠칫하게 된다. 중국 전국시대의 묵자(墨子)는 천하를 종횡하며 비전(非戰)사상을 전파한 학자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랬던 그도 방어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에 비해 ‘가장 좋은 전쟁, 가장 나쁜 평화’론은 철저한 반전사상이다. 이윽고는 무장 자체를 반대할 수도 있다.

'미국' 우릴 계륵으로 여기게 될지도

미국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과거와 같은 절대적 우위를 더 이상 지켜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GDP규모에서 여전히 압도적 1위다. 더욱이 군사력에서는 세버스천 고르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이 말한 것처럼 ‘하이퍼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미국을 대적할 국가나 세력이 없다. 인구 14억 명의 중국도 무장력, 전쟁수행능력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한국의 정부와 그 지지세력들이 지속적으로 미국에 대해 모욕을 주고 돔맹체제를 흔들어 댈 경우 미국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한국은 어떤 경우에도 함께 가야할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 참아낼 것인지, 아니면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여겨 철수의 득과 실을 고민하게 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할 때 한미동맹이 미국 아시아정책의 ‘유일의 대안’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는 많아진다. 북한이나 중국과, 오직 자국의 국익 확보 및 증대만을 염두에 둔 협상을 할 수가 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고려 또는 배려가 필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탄두와 ICBM으로 위협한다고 해도 미국에는 쇠수레바퀴 앞에서 도끼다리를 뽐내는 당랑에 불과하다.

미국에 있어, 한국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요충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절대로 포기 못할 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미동맹이, 심대한 심적 물적 부담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지켜 내야할 지대한 이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북핵 문제에 대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협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각 경질되긴 했지만 미국인들이라고 모두가 한미동맹에 집착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 예다. 어쩌면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알 듯 말 듯한, 그저 그런 나라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가 한국방어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의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가지려 하는데 대한 분개일 뿐이 아닐까? 한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미 FTA로 인한 경제적 손실 만회라든가,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이라든가 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있는 인상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만 “미국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인들도 “우리 군인들 데리고 와!”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주한미군을 내보낼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그 안에 한미동맹 폐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한 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혹 그런 용기(?)가 가슴에서 용솟음친다고 해도 그렇게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문 대통령만 갖고 있다는 오해와 착각은 버릴 일이다.

'북한' 레드라인 넘나들며 묘기 과시

남북화해협력을 유난히 강조해온 진보좌파 측에 정권이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평화체제 구축과 교류협력 추진을 역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깥세상에서 누가 뭐라든 김정은의 폭정은 계속되고 있다. 전체주의적 유사 신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여념이 없다. 우리와 미국을 상대로 한 핵위협도 끈질기게 이어간다.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북한 체제의 안전만 보장해주면 될 것 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건 어림없는 희망이다. 우리가 안전을 보장해줄 수도 없는 문제(북한 주민의 선택일 것이므로)일뿐더러 그것만으로 김정은의 욕구를 체워 줄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복종과 왕조에 대한 숭배가 필요하다. 그건 우리나 미국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못 된다. 김정은은 그걸 핵과 미사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위협을 벼랑 끝 전술이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게 정권의 본질이고 한계이고 유일한 선택지다. 지금 잠시 험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핵무장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잠시 해열의 시간을 갖자는 심산이다. 표현의 강도를 높여가면 어느 순간 의도치 않은 물리적 충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말싸움하다 열에 받치면 부지불식간에 주먹이 나가게 되는 이치다. 그걸 감지했기 때문에 당분간 입조심을 하자는 수작인 듯하다. 끓어올랐던 트럼프의 부아가 식을 때쯤 되면 또 건드리고 나설 게 뻔하다. 군사적 의미에서의 레드라인도 있지만 감정적 레드라인도 있는 법이다. 그 선을 들락거리고 있다고 하겠다.

북한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은 그간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요구해왔다. 북한의 목표도 같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무기 전력화 완성이 그것이다. 핵 폐기나 동결은 체제 존속의 포기나 다름없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주저앉으려 하겠는가.

우리가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를 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 혼자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효과적 수단도 갖지 못했다. 마치 대화만 하게 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정부는 이른바 쇼잉(showing)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게 인기를 얻는 방법이라고 여기겠지만 훗날의 평가는 그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안보에 관한한 조금이라도 삐끗하게 되면 다른 어떤 업적도 소용이 없어진다는 것을 진보좌파 정권의 유력자들은 명념할 일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렇다.

대중적 인기가 국가안보를 지켜주지는 않는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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