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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죽음 부르는 인간무제한요금제


입력 2017.07.08 15:30 수정 2017.07.10 15:31        이한철 기자

장시간 노동시간에 잇따르는 자살·돌연사

'그것이 알고싶다'가 과로 자살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 SBS

지난달 17일,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참혹한 모습의 시신이 발견됐다.

남자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그가 입고 있던 작업복. 확인 결과, 투신한 그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과장인 이창헌 씨였다.

그 누구보다 성실한 아들이었으며, 두 달 전 어여쁜 딸을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KAIST를 거쳐 일본 동경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 장래가 촉망됐던 과장은 왜 죽음을 택했나?

지난해 2월 베트남의 한 건물에서 한국 청년이 투신해 자살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 1년 반 만에 베트남 지사에서 근무를 하던 신입사원 신성민 씨(당시 27세)였다.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했던 자랑스러운 아들은 고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아프지 말라는 한 마디만을 남긴 채 투신했다.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그가 죽음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살인적인 노동 시간이다. 시간이 없어 시리얼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티고, 친구들과의 SNS에는 "머지않아 귀국을 하든지 귀천을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베트남 지사에 발령 받은 지 약 반 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게임 개발업체에서는 불과 4개월 사이에 4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젊은 개발자들의 사망 이유는 돌연사 및 자살이다.

돌연사로 알려진 2명의 경우에는 과로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2명은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한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자살을 택한 여성은 투신을 하기 바로 전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진행되는 강도 높은 과중 노동, 한두 달씩 계속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의 반복과 '인간무제한요금제'라고 비유되는 장시간 근로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릇된 경영진의 의식과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만들어낸 IT업계의 은어 '판교의 등대와 구로의 등대'라는 말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2017년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을 보여준다.

집배원 조만식 씨는 어느날 아침,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만식 씨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최근까지 사망한 집배원은 모두 70명이다. 그 중 조만식 씨와 같은 돌연사는 15명, 자살한 사람도 15명에 이른다. 도대체 행복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61년 생긴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업종 26개에 허용된 것으로 사업자가 노동자와 합의만 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초과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통신업, 의료업, 광고업, 운수업 등 26개 업종 안에 집배원도 해당된다. 헌법이 정한 행복추구권은 지켜지지 않고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자살의 한복판에 서있는데 과연 이것은 개인의 문제인 것일까?

한국과 함께 세계에서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곳이 일본이다. 덴츠라는 대형 광고회사에서는 24살의 신입사원 다카하시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의 한 달간 총 노동시간은 298시간에 달했으며, 그 중 초과근무는 130시간이었다.

사망 당시 그녀의 SNS 메시지에는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일을 해왔는지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일본의 과중 노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된 일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8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서의 과로사 및 과로자살에 대해 다룬다. 나아가 긴 노동시간만의 문제를 넘어선 과중업무와 구조조정 등에 관한 스트레스로 벌어지는 과로자살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자살의 행렬을 막을 방법을 모색해본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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