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시즌2 제작
웨이브 오리지널로 시작해 입소문만으로 '명작'의 반열에 올랐던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이 무대를 넷플릭스로 옮겼다. 웨이브가 아닌 넷플릭스가 '약한영웅2'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작품이 다른 플랫폼에서 제작되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콘텐츠는 같지만 무대가 바뀌자 반응은 즉각 달라졌다. 지난 25일 넷플릭스에 시즌1이 공개되자마자 하루 만에 글로벌 TV 비영어권 부문 3위, 일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잠재 수요가 분출됐다.
이는 같은 콘텐츠라도 어떤 플랫폼 위에 놓이느냐에 따라 영향력과 생명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웨이브의 초기 투자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겠지만, 웨이브만의 유통력으로는 이 시리즈의 가능성을 끝까지 확장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약한영웅'은 기획 당시부터 시즌2까지의 전개를 염두에 둔 이야기였고, 시청자들 역시 후속을 당연히 기대했지만, 웨이브의 경영난으로 시즌2 제작은 무기한 지연됐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가 제작을 인수하면서 시리즈는 살아남았고, 그 생존이 곧 또 하나의 글로벌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하나의 플랫폼 이동이 아닌 국내 OTT 구조의 민낯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웨이브는 공영·민간 연합으로 출범한 국내 대표 OTT였지만, 장기적인 투자체력 부족과 한정된 유통망 등으로 '약한영웅'이라는 걸출한 IP를 스스로 키우고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미 전 세계 유료 구독자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즉시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후속 시즌 제작에 있어서도 자본과 유통을 동시에 쥐고 있어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약한영웅' 넷플릭스 이전은 단순한 투자 이전이 아니라 플랫폼 패권의 방향성이 한층 더 기울었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볼 만 하다.
당시 박지훈을 필두로 대부분 신인 배우들로 구성해 최대 효과를 이끌어낸 사례로, 국내 OTT의 전략적 환경에 잘 맞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아온 '약한영웅'이지만, 이런 대표작조차 글로벌 플랫폼으로 옮겨가게 된 현실은 결국 국내 OTT가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음을 방증한다.
작품성과 잠재력이 검증된 IP조차 국내에서 온전히 유지되고 확장되지 못한다면, 창작자들은 결국 글로벌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 곧 더 많은 시청자, 더 큰 제작 규모, 더 넓은 세계로의 확장을 보장한다면 국내 OTT에 남을 이유는 점점 줄어든다.
지금도 많은 제작사와 감독,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을 고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약한영웅'은 콘텐츠가 아니라 구조가 밀려난 사건이며, 동시에 국내 OTT 업계가 얼마나 단기성과 중심의 운영에 갇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