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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이렇게 내려오나 싶었죠"


입력 2017.05.15 08:52 수정 2017.05.17 08:00        부수정 기자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서 재호 역

"강철중 이미지 어쩔 수 없어, 연기 매진할 것"

배우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재호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서 재호 역
"강철중 이미지 어쩔 수 없어, 연기 매진할 것"


"1~2년 전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쉽게 연기를 대한 건 아닌가 통렬히 반성했습니다. '이렇게 내려오나', '연기 그만둬야 하나' 싶었죠."

배우 설경구(49)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공의 적' 강철중 형사다. 대중은 아직도 설경구를 강철중으로 기억한다. 캐릭터도 강렬했을 뿐만 아니라 설경구가 강철중만큼 대중의 뇌리에 깊게 각인될 만큼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작 '나의 독재자'(2014), '서부전선'(2015), '루시드드림'(2016) 등에서 연이어 흥행 쓴맛을 보면서 설경구는 주춤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홍보차 만난 설경구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지금도 고민 중이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극복법은 '연기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가짐이란다.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면 장인이라고 하는데 배우는 나이 들면 꺼낼 카드가 없어요. 그렇다고 캐릭터를 마냥 기다릴 수 없고...캐릭터와 시나리오가 다양하지 않아요. 2000년대 초반이 그리워요. 그때는 참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었거든요. 이젠 정말 시나리오를 잘 고르고 싶어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출연한 설경구는 "1~2년 전에 연기를 너무 쉽게 대한 건 아닌지 고민하며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CJ엔터테인먼트

강철중 이미지가 박힌 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공의 적' 시리즈가 또 만들어진다면 "흔쾌히 하겠다"고도 했다.

이번에 설경구가 주연한 '불한당'은 모든 것을 잃고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설경구)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임시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나의 PS 파트너'(2012)를 만든 변성현 감독이 각본·각색·연출을 맡았다.

설경구는 재호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재호의 흔들리는 심리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이제껏 선보인 적 없는 나쁜 남자도 잘 어울린다.

영화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앞서 설경구는 "영화다운 영화가 나올 듯하다"며 "내가 출연한 작품 중 최고로 '스타일리시'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칸 영화제와는 '박하사탕' (1999), '오아시스'(2002) ,'여행자'(2009)에 이어 네 번째 인연이다. 17년 만에 칸 영화제에 가게 된 배우는 "예전에 갔을 때 기억이 안 난다"며 "어쨌든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서 기분이 좋고, 범죄 액션 영화도 받아주는구나 싶었다. 레드카펫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배우로서 칸 레드카펫을 밟는 건 영광인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출연한 설경구는 "여운이 남는 범죄 액션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최근 한국 영화에서 자주 선보이는 남자 투톱을 내세운 범죄 액션물이다. 식상하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특히 비슷한 소재를 내세운 한석규 김래원 주연의 '프리즌'과 비교되기도 한다. 설경구도 이 점을 고민했다. 그간 봐온 영화랑 큰 차이를 못 느꼈단다. 그를 설득한 건 변 감독이다.

"감독이 확신이 있더라고요. 변 감독은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에요. 말실수할 정도로. 하하. 그 솔직한 말을 믿었어요. '프리즌'과 비슷하다는 비판은 어쩔 수 없어요. 근데 제가 볼 땐 다릅니다."

감독의 설득에 넘어간 배우는 촬영할 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다시 돌린 건 영화 팀이다. 콘티 작업할 때부터 믿음을 줘서 자극을 받고 많이 배웠단다. 젊은 제작진도 한몫했다. "하나에 꽂힌, 미친 사람들 같았어요. 촬영장 갈 때마다 기대됐죠. 현란한 개인기를 발휘한 건 아니었지만 항상 기대되는, 젊은 현장이었습니다."

설경구는 재호 캐릭터를 위해 맞춤 정장을 소화했다. 팔뚝, 가슴골 근육을 단련하라는 감독의 주문에 운동하며 몸을 다졌다. 그는 "처음엔 슈트가 너무 불편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영화 속 내가 멋있는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시사회 때 설경구는 '왜 저렇게 했을까' 자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초반에 독기 같은 모습 이후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는데 캐릭터를 좀 더 놓아주지 못한 듯하다"면서 "캐릭터를 가지고 더 놀았어야 했다. 영화를 볼 때는 전체보다는 나만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출연한 설경구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재호는 현수에게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라고 한다. 배우는 "재호 자신에게 하는 얘기이자 타인에게 하는 얘기"라며 "서로가 뒤통수를 치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실제 설경구는 어떤 스타일일까. "상황을 믿어야 할 때도 있고, 사람을 믿는 때고 있죠(웃음)."

영화는 마냥 우울하고 어두울 것 같은 범죄 액션물이 아닌, 중간중간 밝고 경쾌한 요소를 넣어 세련된 액션물이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사가 의외의 곳에서 '빵' 터진다. "재호는 속을 모르는 사람이에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죠. 심각할 때도 있고, 예상 밖 말을 할 때도 있고요. 알 듯 말 듯 한 옆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에 재호가 현수를 대하는 모습에선 진심이 나와요."

변 감독은 '불한당'에 대해 '멜로 영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멜로라는 얘기를 촬영 끝나고 들어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마음이 복잡했을 듯하거든요."

임시완과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맑은 이미지의 임시완은 이번 영화에서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선보인다. 설경구는 "'불한당'은 현수의 성장담이자 맑은 임시완의 성장 이야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출연한 설경구는 임시완에 대해 "참 맑은 청년"이라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임시완이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성장담은 하나의 과정이라서 완성된 게 아니다. 미소년에서 시작해서 영화 끝난 후 현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마 현수는 더 거친 사내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임시완과의 호흡을 묻자 "불편하지 않게 잘 찍었다"면서 "임시완은 참 맑은 청년이다. 임시완이 사회와 영화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영화에 담겼다"고 임시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시완은 스스로 절대 맑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요. 좀 더 살다 보면 안 맑아지겠죠? 하하. 세상이 맑게 두겠어요? 시완인 정말 열심히, 잘했어요. 영화 촬영장에 시완이 감정을 잡는 '시완 존'이 있었답니다."

'불한당'이 어떤 의미의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차별화된 범죄 영화"라며 "범죄 영화인데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답을 들려줬다.

앞으로 배우 설경구가 바라는 '연기의 길'도 궁금하다. "'관객'만 외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잊는 영화가 아닌, 단 하루라도 생각나는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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