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근]내시경 시술 ‘디스크’ 넘어 ‘협착증’까지 해결한다
<정택근의 척추건강 이야기>90년대 이후는 내시경 시대
“원장님! 아픈 제 허리를 내시경으로 간단히 고칠 수 있단 말이지요? 그럼 내시경관을 입을 통해 허리뼈까지 넣어서 시술하는 건가요?”
요추 협착증 진단을 받고 내시경 시술을 결정한 환자분의 질문에 큰 웃음으로 답하며 종일 진료로 인한 피곤을 날려보낸 기억이 있다. 내시경 하면 흔히 '위내시경 검사'를 떠올리기 쉬우니 환자분의 입장에선 그렇게 짐작할 법도 하다.
척추 디스크 치료 분야는 1960년대 육안 수술, 1970년대 확대경 수술, 1980년대 현미경 수술을 거쳐 1990년대 이후 내시경 시술이 정립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왔다.
내시경 시술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볼펜심이나 젓가락 굵기의 가느다란 내시경 관을 병소가 있는 척추의 인접한 피부로 삽입하여 레이저, 고주파열, 미세집게 같은 첨단 기구를 이용해 병소만을 정밀하게 치료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개방형 수술의 위험성은 극복하면서 병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치료하여 치료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내시경으로 시술 상태를 관찰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며 입원기간이나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내시경 시술의 우수성은 이미 SCI급 국제학술저널을 비롯, 수많은 논문을 통해 보고되었으며, 의학전문서적으로 출간돼 의료기술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디스크 치료는 차세대 척추 치료 패러다임을 이끌 가장 강력한 표준수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디스크 치료에 제한적으로 적용돼 왔던 내시경 시술이 중증의 디스크 탈출증이나 고령환자의 비중이 높은 척추관 협착증까지 해결하는 수준까지 올라서면서 만족스러운 치료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신마취를 요하고 수술 부담이 큰 관혈적 감압술 및 뼈 융합술 또는 치료효과가 한정적이거나 일관되지 않은 고식적 주사치료에 의존해왔던 중증의 디스크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내시경을 이용해 협착증을 치료하는 ‘내시경 요추 신경관 감압술(percutaneous endoscopic lumbar laminectomy)'은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자도 부담 없이 시행할 수 있지만, 수술과 같은 근본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시술 절차 역시 평균 시술시간 1시간, 평균 입원기간 1일로 간단하다. 부분마취 후 허리 뒤쪽에서 가느다란 내시경을 삽입한 다음, 모니터를 통해 신경구멍 협착의 상태를 살펴본다. 처음에는 압박된 신경이 보이지 않고, 병적으로 두꺼워져서 신경을 압박하는 뼈와 비후된 인대가 보이는데 이 때 내시경 기구들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병적인 부분들을 제거하게 된다. 어느 정도 신경관이 확장되면 압박된 신경을 확인할 수 있고 이 때부터는 신경을 다치지 않게 시야 내에 두면서 조심스럽게 감압한다. 시술 도중 의사-환자 간 대화를 통해 문제가 있는지, 원래의 통증이 해소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내시경을 통해 충분한 신경 감압이 완료되었는지 확인한다.
수술 성공률 및 만족도는 90%가 넘는다. 또한, 실제 증상의 호전율은 95%에 달한다.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으며 가장 흔한 증상은 시술 후 다리 저림 증상인데 약 6% 내외에서 발생하며 대개 일시적이어서 6개월 이내로 없어진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좁은 공간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고 섬세한 기구들을 이용해서 감압하는 시술이므로 일반적인 척추의사가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척추 내시경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숙련된 의료진이 중요한 이유이다.
글/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jungtg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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