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축구, 이웃나라 일본 멀게 느껴진 밤
최강희호, 이란과의 최종전 끝나고도 가슴 졸여
압도적 전력으로 벌써 미래 그리는 일본과 대조
‘이웃나라’ 일본이 유독 멀게 느껴진 한국 축구의 씁쓸한 밤이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수 김영권의 실수 속에 후반 15분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했다.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에서의 패배를 되갚겠다던 대표팀은 어이없는 패배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무득점에 그치고 패했다. '에이스' 이청용이 갑작스런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1골도 넣지 못하고 고개 숙일 경기는 아니었다. 레바논전과 우즈베크전에 이은 결정력 부재가 여전했다.
이란의 ‘침대축구’도 한몫했다. 경기 전부터 케이로스 감독의 도 넘은 발언으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전개한 이란은 경기 시작과 함께 철저하게 수비에 치중했다. 급기야 후반 15분 구찬네자드가 김영권의 실수를 틈타 선제결승골을 작렬한 뒤로는 특유의 침대축구로 한국의 진을 뺐다.
한국(승점14·골득실+6)은 이날 패배로 조 선두를 이란(승점16)에 내주긴 했지만, 우즈베키스탄(승점14·골득실+5)에 골득실에 앞서 간신히 조 2위를 기록,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를 상대로 우즈베크가 2골만 더 넣었다면 본선 직행이 좌절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까지 맛봤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 진출이 가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벼랑 끝까지 몰리는 거짓말 같은 시간을 함께 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레바논과 6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끌려가는 졸전 끝에 추가시간 김치우의 프리킥골로 무승부를 거뒀던 한국은 11일 홈에서 열린 우즈베크전에서도 상대 자책골로 힘겹게 1-0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자책골이 없었다면 월드컵 8회 연속 본선진출은 어려웠다.
어쨌든 한국은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최다는 물론 세계에서 6번째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달성했다. 역대 월드컵 기록을 봤을 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기록을 세운 국가는 1930년 첫 대회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개근하는 브라질(20회 연속)을 비롯해 독일(15회 연속), 이탈리아(13회 연속), 아르헨티나(10회 연속), 스페인(9회 연속).
멕시코나 잉글랜드, 벨기에, 미국도 가장 길었던 것이 6회 연속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국의 8회 연속 본선 진출은 뜻 깊은 기록이다. 또 1954년 스위스 대회 포함 9회 본선 진출로 10회에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찬란한 행진을 이어가고도 어깨를 펴지 못했다. 한국의 최종예선 행보는 ‘숙적’ 일본과 극명한 대조를 그렸다. 일본은 지난 4일 호주전 1-1 무승부로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결국, 승점 17(5승2무1패)로 조 1위에 올라 개최국 브라질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행(5회 연속)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일본은 2010 남아공월드컵 직후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영입해 꾸준히 전력을 키워가고 있다. 2011 아시안컵 우승 이후에도 A매치 12경기 연속 무패(7승5무)를 기록한 일본은 최종예선 B조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그려놓은 로드맵을 따라 벌써 뛰어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브라질 6개 도시에서 열리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고 있다.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하는 일본은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와 조별예선 경쟁을 펼친다. 월드컵을 1년 앞두고 미리 현지 분위기를 적응하면서 선진축구를 체감하고 있다.
8월과 9월 각각 우루과이와 가나를 홈으로 불러들여 평가전도 치른다. 하반기에는 유럽 평가전 계획까지 세웠다. 최종전이 끝나고도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던 한국은 최강희 감독의 후임자도 결정하지 못해 귀네슈-홍명보 2파전이라는 설만 낳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 유독 멀게 느껴지는 씁쓸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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