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공식 발효에 맞서 보복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조치로 260억 유로(약 41조 1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오는 4월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처음으로 전면 시행된다"며 "선박부터 버번 위스키, 오토바이에 이르는 다양한 (미국산) 상품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의 조치는 유럽 철강과 알루미늄업계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으로 향했던 철강이 유럽으로 몰릴 경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철강협회는 "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에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저가 철강이 이미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데, 미국으로 가던 물량까지 유럽으로 오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이 부과한 철강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철강 3분의 2가 EU로 유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유럽 철강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U는 트럼프 1기 정부가 유럽의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하자 2018년과 2020년 두차례 보복 관세를 도입했으나, 이후 미국과 협상을 거쳐 올해 3월 말까지 발효를 보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폭탄’에 맞서 EU가 그동안 미뤄왔던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다만 본격 관세 부과까지 한 달가량의 기간을 두고 있는 만큼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미국으로의 철강 수입 조정'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12일부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