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액 41% 기금으로 떼는 복권
최근 1등 당첨금 줄어들자
세율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영국·일본 등 복권 당첨금 ‘비과세’
“서민의 꿈에 세금을 매길 수는 없다.”
최근 로또 당첨액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복권 관련 세금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로또가 ‘서민의 꿈’이라고 불리는 것과 달리, 현실은 수도권 아파트 한 채 사기에도 빠듯하다 보니 최대 33%에 달하는 세금으로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지난 8일 추첨한 1162회차 로또 1등 총당첨금은 296억6151만6756원이다. 총 36명(게임)의 당첨자가 나와 1인당 당첨금은 8억2393만1021원이다.
여기서 세금 33%를 빼면 1등 당첨자 1인당 실수령액은 5억5203만3783원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등 평균 당첨금은 약 20억원으로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3억원 남짓이다.
로또는 특성상 회차별 당첨금이 크게 달라진다. 역대 1등 당첨금 최저액은 2013년 5월 18일 추첨한 제546회차에서 나왔다. 당시 30명의 당첨자가 1인당 4억593만9950원(세후 2억7197만9766원)을 나눠 가졌다.
지난해 7월 13일 추첨한 제1128회 로또에서도 1등 당첨자가 63명이나 쏟아졌다. 1인당 당첨금 또한 4억1992만5560원에 불과했다. 세금을 떼고 당첨금 실수령액은 2억8135만125원에 그쳤다.
당첨금이 5억원을 밑도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관련 불만이 늘고 있다. 당첨금을 높이기 위해 1게임당 금액을 키워야 한다는 구체적 요구도 나온다.
특히 당첨금에 부과하는 세금에 대해 불만이 크다. 구매액의 40% 넘는 금액을 이미 기금으로 떼는 만큼 당첨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재 로또를 포함한 모든 복권의 당첨금은 일정액 이상일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복권 당첨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2%(소득세 20%, 주민세 2%)를, 3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소득세 30%에 주민세 3%를 더해 총 33%의 세금을 뗀다.
복권은 세금 외에도 판매금의 약 41%를 기금으로 뗀다. 복권을 1만원어치 사면 4100원이 기금으로 적립되는 셈이다.
복권 기금은 관련법에 따라 65%를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 안정 지원, 장애인·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 복지사업에 쓴다. 나머지 35%는 과학기술진흥기금,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 등 10개 법정배분기관에 배분한다. 연간 적립되는 복권 기금은 약 3조원 정도다.
이러한 구조 탓에 일부 복권 구매자들은 당첨금이 사실상 이중과세 구조에 놓여있다고 주장한다. 복권 구매 금액에서 적립되는 ‘기금’과 당첨금에서 떼는 ‘세금’은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같은 돈이라는 지적이다.
이중과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권에 부과하는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복권 당첨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이다. 다만 이들 국가 중 일부는 당첨금에만 비과세, 당첨금을 투자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중과세 논란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2022년에는 복권위가 이런 논란을 의식해 로또 3등 당첨금은 비과세 적용을 기재부에 건의하기도 했고, 2023년부터는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한편, 세율 축소와 함께 당첨금을 높이기 위해 로또 게임 비용을 높여달라는 요구도 많다. 현재 1게임 1000원인 금액을 과거처럼 2000원으로 키우자는 주장이다.
복권위는 올해 로또 당첨금과 판매액 등에 관한 대국민 여론 조사를 추진한다. 아직 일정이나 조사 내용 등은 구체화하지 않았으나, 상반기 안으로 조사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여론 조사에서 세율 조정에 관한 내용은 없다. 복권위 관계자는 “복권 당첨금 세율 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판매액이나 판매 방법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세율 문제를 조사 항목에 넣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와 달리 일확천금을 노리고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보다는 당첨이 안 되더라도 나눔과 기부를 위해 (복권을) 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세율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