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8인 헌법재판관 중 유일한 尹지명 몫 임명…'보수·원칙주의자' 평가
사법연수원 17기 수료 후 요직 거쳐…이재용 '국정농단' 항소심서 집유 선고
文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일률적 중과세 '위헌' 판단…이진숙 탄핵은 기각
尹대통령 탄핵심판서 주심재판관 맡아…국회-尹측 양쪽에 '송곳 질문' 던져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가 이번 달 중순쯤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정형식 헌법재판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재판관은 8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임명된 인물로, 판사 시절부터 정·재계 인사들의 재판을 여럿 맡아 온 '보수·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항소심을 맡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로 유명하다.
1961년 서울 출신의 정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8년 사법연수원을 제17기로 수료했다. 같은 해 3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가정법원, 서울민사지방법원, 창원지법 진주지원, 서울지방법원, 서울지법 동부지원,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2001년부터 2년간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이후 청주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23년 2월 대전고법원장을 역임했다. 2010년 수원지법 평택지원장이던 당시 평택시선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각급 선관위원장은 법률이나 규정이 아닌 관례에 따라 판사들이 맡고 있다.
그는 2013년 서울고법 재판장 당시에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2018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2023년 12월 윤 대통령이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 후임 후보자로 직접 지명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헌법재판관으로 재임 중이던 2024년 5월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납부대상이 대폭 확대된 종합부동산세 중 '조정지역 내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중과세' 부분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조정지역 내 2주택을 소유해온 이력이나 동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중과세를 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같은 달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을 보복기소했다는 사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검사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안 검사의 직무상 법 위반 자체가 없으므로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025년 1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법 및 방송문화진흥회법 위반에 대해 직무상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탄핵 기각 의견을 냈다. 당시 이 사건은 4(기각) 대 4(인용)로 재판관 의견이 갈린 바 있다.
정 재판관은 법원 안팎에서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수 법조인은 '성향을 떠나 존경받는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주심재판관으로서 예리한 송곳 질문과 지적으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양쪽을 매 기일마다 일희일비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헌법재판에 대한 전문성도 지녔다는 평가다. 2023년 정 재판관 지명 당시 대통령실은 "해박한 법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법관"이라며 "자질과 덕목, 법조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어 현재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 재판관으로서 더없는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정 재판관의 처형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배우자인 민일영 전 대법관과는 동서지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