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애나엑스'서 애나 역 맡아 열연
한국 초연 중인 연극 ‘애나엑스’ 무대는 단 두 명의 배우가 100분간 쉴 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2인극이다. 현실에서 과거로, 다시 현실로, 시대의 변화도 심하다. 자신을 ‘너’라는 2인칭으로 부르며 모든 시점을 현재형으로 말하는 형식도 쉽지 않다. 자신들이 연기해야 하는 역할뿐 아니라, 제3자의 연기도 해야 한다. ‘저 역할을 흉내 내는구나’가 아니라 ‘연기하는구나’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연기를 해야 하는 무대에 첫 연극 도전을 했기에 김도연에게 쏠린 시선은 당연했다.
현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애나엑스’는 미국 사교계를 발칵 뒤집은 애나 델비(본명 애나 소로킨)의 사기극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드라마 ‘애나 만들기’로 만들어졌고, 연극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이번에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고 있다.
애나는 과시와 욕망으로 얽힌 소셜네트워크(SNS) 세상에서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고 가짜를 사실로 조작하는 게 얼마나 손쉬운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애나 역을 맡은 배우는 이런 상황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한다.
2016년 ‘프로듀스 101’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 아이오아이를 거쳐 위키미키로 활동했던 김도연이 애나 역에 캐스팅되어 연극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만 해도, 앞서 언급한 상황으로 인해 ‘과연?’이란 의문이 들었다.
캐스팅 후 많이 연습할 것이고, 데뷔 10년 차인 연예인으로서 무대 위에서의 연기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지만, 연기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고, 설득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나 상류층을 속이는 도도하면서도 화려한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서, 김도연이 가지고 있는 피지컬과 이미지, 느낌이 관객에게 애나라는 역할을 이해시키는데, 어느 정도 점수를 따고 들어갈 것이란 기대도 갖게 했다.
결과적으로 첫 연극 도전은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다.
호평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김도연이 갖고 있는 외모와 매력이었다. 애나는 거침이 없어야 했고 타인을 속이는 데 있어서 당당해야 했다. 김도연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이런 ‘거침없음’과 ‘당당함’을 등장부터 보여줬다. 이후 거침없이 쏟아낸 대사와 자유분방하게 보여준 연기는 김도연의 매력과 잘 어울려 ‘애나’를 만들었다.
또한 작품 선정도 절묘했다. 많은 메시지를 주는 연극이지만, 무겁지 않다. 오히려 젊은 남녀의 로맨스처럼 느껴진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의상이 단순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간혹 후드점퍼를 입고 벗긴 했지만,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로만 유지됐다.
부담될 수 있는 2인극의 상황이 오히려 애나와 아리엘의 연기만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김도연에게는 ‘득’이 됐다.
어쩌면 많은 선배 배우와 함께 등장한 연극이고, 다양한 캐릭터들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면 김도연 입장에서 더 버거웠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김도연이 여러 다른 연극 무대에 다시 선다면 ‘과제’로 삼을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김도연 최연우 한지은이 애나를,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이 아리엘를 연기하는 연극 ‘애나엑스’는 3월 16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