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모 아영FBC F&B 총괄본부장 인터뷰
와인 최대 경쟁자는 ‘논알콜’
“판매처 다양해졌지만 실온 판매는 아쉬워”
“수백여종이 넘는 와인 중에 자기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다양하게 많이 마셔보는 수 밖에요. 그런 면에서 글라스 와인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무드 서울에서 만난 손성모 아영FBC F&B 총괄본부장은 와인 대중화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홈파티 문화가 확산하며 절정을 맞은 국내 와인시장은 엔데믹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현상과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와인 소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와인 팬매업체들이 홈파티 트렌드를 겨냥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라면서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꾸준히 성장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여전히 확실한 수요층이 있다”고 답했다.
손 본부장은 국내 대표 와인 수입사인 아영FBC의 외식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호텔리어로 활동할 당시 와인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한국소믈리에협회장을 역임했고 대중을 상대로 100회가 넘는 와인 디너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와인 마니아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아영FBC가 운영하는 6개 레스토랑을 총괄하며 와인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글라스 와인은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병 단위 주문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은 데다 다양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고물가와 고환율 상황이 겹치면서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가성비 측면에서 수요가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 본부장은 글라스 와인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인은 소주, 맥주에 비해 평균적으로 단가가 높은 데다 레스토랑에서도 한 번에 한 두 병 정도 이상 소비하기 어려워 다양한 와인을 접하기 어렵다”며 “이에 비해 글라스 와인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와인 비기너들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영FBC가 운영하는 6개 레스토랑은 매장 당 400~500여가지 와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은 최저 3000원대부터 시작해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손 본부장은 “글라스 와인은 재고 측면에서 마진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와인시장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글라스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아영FBC가 선두업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글라스 와인을 판매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코라빈을 꼽았다.
코라빈은 2011년 미국에서 발명된 와인 보존 장비다. 코르크를 제거하지 않고 비활성 가스를 주입해 오픈한 와인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하는데, 길게는 3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와인의 최대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그는 논알콜 음료라고 답했다.
헬시플레저 영향으로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면서 알콜 섭취는 줄일 수 있는 논알콜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와인 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무드 서울의 경우에도 주말에는 논알콜 음료의 판매량이 와인보다 높을 정도”라며 “한강 공원이라는 장소의 특성 상 운전을 해서 오시는 고객들이 많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와인을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생긴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는 실온 판매의 아쉬움을 언급했다.
손 본부장은 “과거 호텔이나 백화점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취급했던 와인을 이제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와인 대중화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대부분 유통채널에서는 실온에 보관해 판매하는데 바로 구입해 마시려는 손님 입장에서는 차갑게 칠링된 와인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