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와 부조리, 불신, 무능 등 부정적 이슈로 점철돼 이미지가 실추됐던 대한민국 체육계도 ‘봄’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던 이기흥(70) 현 회장이 낙선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세대교체와 개혁적 이미지를 앞세운 유승민(43)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이 회장을 38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 회장은 그간 체육계 부조리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첨예한 갈등 관계에 있었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위 혐의 등 각종 부정적 이슈와 문체부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유 당선인은 “체육인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그래서 부담이 된다. 화답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당선인 임기는 2029년 2월까지다. 임기 중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 하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져 더 기대가 크다.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배드민턴협회장도 새 인물로 교체됐다.
지난달 23일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김동문(50) 원광대 교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유효표 154표 중 64표(득표율 41.5%)를 받았다. 현 김택규(60) 회장은 43표에 그쳤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다. 선거운영위원회가 입후보를 불허한 김 회장이 후보자 등록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인용해 선거는 한 차례 미뤄졌다. 김 회장은 출마 자격을 회복하며 출마했지만 재선에 실패하고 김동문 교수가 당선됐다.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문체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김 회장은 물품 횡령 및 배임 의혹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과거의 인물을 밀어내고 새롭게 배드민턴협회를 이끌어갈 김 당선인은 투명성과 ‘무조건 소통’을 강조하며 신선한 바람을 예고했다.
낡은 이미지의 두 인물 모두 수장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승민 당선인과 김동문 당선인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견고한 아성을 깨고 수장이 되면서 체육계에는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체육계 내부 관계자들은 “개혁과 변화에 대한 체육인들의 열망이 큰 상황에서 역량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의 도전이 주는 신선함과 현 회장들의 단점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라고 요약한다.
수습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지금의 체육계 위기는 다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새 수장들은 잘못된 관행,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시스템, 선수들과의 인식 차이, 그리고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헌신할 일만 남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에 놓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정부와 수평적 관계에서 건강한 토론을 해야 한다. 반대 의견이 있을 때는 진정성 있는 설득으로 먼저 접근해야 한다. 건강한 쇄신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반대 행보를 그리며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때, 어떤 파장이 일어났는지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달까지 체육계는 어수선했다. 풍파를 겪은 끝에 희망을 찾았다. 모처럼 불어온 신선한 바람이 봄을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