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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에 하지 못한 말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5.01.03 07:00 수정 2025.01.03 07: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1년 전 차담회 이모저모

1년 후 차기 대권 1위로

새해, 사실상 '李의 시대'

'대선 후보 자질' 물음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18일 오후 국회 당대표 집무실에서 가덕도 현장 취재에 동행했던 기자들과 현안 관련 비공개 차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작년 이맘 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현장 일정 중 괴한에게 피습을 당해 퇴원한 직후인 지난해 1월 18일, 그는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 21명을 국회 본관 당대표실로 초대했다. '위로' 명목의 차담회였다. 당초 30분 가량 예정된 차담회는 이재명 대표의 재량으로 100여분 정도 진행됐고, 후반부엔 22대 총선 공천 관련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당내 계파갈등·비명계 탈당 행렬·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기준 논란·586세대 용퇴론·총선 출마자 적격 기준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저도 한 번 묻고 싶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이 기대하는 공천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취재진들은 '586 용퇴론' '친명 자객공천 논란 해소' 등 다양한 답을 내놨다. 공감과 반박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재차 "또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본지는 "'클린한 후보자'가 (공천)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무 것도 안 하면 클린한 건데. 어쨌든 새로운 인물의 한 요소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다시 본지는 "예를 들면 (검증위에서) 적격을 받았다가 중도 하차한 정의찬 후보"라고 답했다. 정의찬 당시 후보는 1997년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 가담자로 연루 돼 이듬해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그렇지. (정 후보는) 그런 흠이 있어서"라면서도 "흠이 없는 후보(공천하는 것). 그 정도면 별로 어려운 건 아닌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났다. 공천 논란을 빚던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175석을 얻어 대승했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의 공적(功績)으로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고, 당내 유일무이한 대선 후보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3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며 차기 대권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의 승리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신년사에서 "새로운 나라를 향한 우리의 소망은 더욱 선명해졌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절망의 늪에 빠진 국민의 삶에 함께하겠다"며 정권교체를 시사했다. 사실상 '이재명 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표가 이미 4개의 전과를 보유했고, 현재에도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다. 수 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 꼬리표는 이제 익숙할 정도다. 하지만 이미 국민의 절반은 전과자의 선출직 출마를 바라지 않고 있다. 〈국민 47% "전과자 선거 출마 금지시켜야"…88% "정치인들, 법 잘 안 지켜" [데일리안 여론조사] 참조〉


당시 이 대표 면전에서 목젖까지 올라온 '이 말'을 하지 못한 채 클린한 후보라고 에둘러 답했다. "평범한 국민은 전과 없는 깨끗한 후보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1년 전 차담회에서 이 대표의 질문에 차마 하지 못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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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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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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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말살 2025.01.03  11:27
    리짜이밍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인이라면 나는 한국민이 되는걸 당장 포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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