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청약 경쟁률 154.5대 1…역대 두 번째
강남 3구 분양에 청약 열기 쏠려…서울 악성 미분양은 정점
분양가 오르는데 서울 아파트값 주춤…매물도 3개월 새 10% ↑
대출 규제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대두된 상황 속에서 부동산 시장 흐름도 양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히 청약 시장에선 서울 내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도 미분양 매물이 쌓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진행된 청약 평균 경쟁률은 154.5대 1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경쟁률인 57.36대 1을 크게 앞서는 수치일뿐더러 164.1대 1로 역대 최대 경쟁률을 달성한 2021년의 뒤를 잇는 수치다.
지난 2021년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이 과열되던 시기로, 청약 수요 자체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평균 경쟁률이 훌쩍 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거래마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일부 단지에만 경쟁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을 끌어 올렸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공급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1순위 청약에서 37가구 모집에 3만7946명을 모으며 1025.5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달성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단지 대비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단지는 여전히 청약자를 모으고 있다.
강남구 방배동에 위치한 ‘아크로 리츠카운티’도 지난 10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71가구 모집에 3만4279명이 몰려 평균 483대 1의 경쟁률을 썼다.
그러나 이 같은 청약 열기와는 반대로 서울 내 준공 후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52가구던 서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2년 말 340가구, 지난해 말 461가구를 기록하더니 지난 10월 말 523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전국적으로 청약 수요가 분산된다”며 “다만 지금처럼 집값이 선별적으로 오를 땐 선택지가 첫 번째 서울, 두 번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 3구, 공공택지 아파트로 좁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극심한 양극화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3.3㎡ 당 평균 4720만원으로 1년 사이 38.01% 올랐다.
반대로 지난 9월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는 등 아파트값 상승세는 주춤해지고 팔리지 않는 매물은 쌓여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아파트값의 상승률은 9월 2주(9일 기준) 0.23%를 기점으로 그 폭을 줄여나가 12월 2주(9일 기준) 0.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물도 지난 17일 기준 1만8918건으로 3개월 전(1만7157건) 대비 9.9% 증가했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가격, 거래, 심리와 같은 여러 지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여름철 서울에서 강남 3구 등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현재는 상승이 거의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소장은 “통계만 놓고 보면 주택시장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은 수요와 공급이 이어지고 가격은 물가 수준으로 오르면서 물 흐르듯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물이 터지고 막히고를 반복하는 것처럼 거래가 갑자기 늘었다가 확 감소하는 시장을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