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해제됐지만 한·미동맹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사안이었음에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선포였을 경우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사태를 톱기사로 올리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NYT는 “이번 계엄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핵심 동맹을 시험한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수십 년 동안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로 여겨졌다며 “3만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경쟁하는 이 지역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등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 대 독재’를 외교정책의 기본 틀로 삼아왔고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를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미국은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의 행보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전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한국의 계엄령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접촉 중이며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이어 2022년 대선을 가까스로 이긴 윤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이 낮다면서 야당과 의회를 겨냥한 그의 행동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막으려고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 이런 반(反)민주주의 세력의 부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려고 한 이유 중 하나라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까지도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조작'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가 부추긴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바이든 대통령 승리 인증을 막으려고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