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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놀이의 세계화? 국가지원·국내 교육부터 이뤄져야” [‘K’ 놀이문화③]


입력 2024.11.29 14:01 수정 2024.11.29 14: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한국전통문화전당 김은주 전통놀이팀장 인터뷰

"전통 잇고, 도구 재구성...놀이도 시대에 따른 변화 필요"

‘놀이’는 수천년 동안 지속해 온 문화로 언어와 국적,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그간 한국에서도 전통놀이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노력은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미래 세대에게 전통놀이는 옛것, 낯선 것으로 치부된다.


ⓒ우리놀이터 마루달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우리놀이터 마루달’ 등을 운영하며 한국의 전통놀이를 현시대에 맞게 재구성해 알리는 한국의 유일한 전통놀이문화공간이다.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통놀이 체험,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사라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국민부터 이를 바로 이해하고,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 팀 김은주 팀장은 ‘우리놀이터 마루달’은 물론, 한·중·일 각국의 놀이 교류를 위한 ‘전통놀이 삼국지’ 그리고 ‘찾아가는 전통놀이’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우리나라 아이들의 전통놀이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단은 전통놀이만을 하는 거점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공간이 없다면 콘텐츠를 구현할 수가 없거든요. 아마 전국에서 전통놀이만을 하는 거점 공간으로는 마루달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해 이곳에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와 상시 체험도 운영 중입니다. 우리놀이니까 자국민이 먼저 알아야 계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 운영한 '우리놀이 도장깨기' 행사 ⓒ우리놀이터 마루달

옛 놀이문화 계승을 위해선 단순히 그 당시 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못하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전통문화는 보존과 현대화의 과정을 동시에 겪고 있다. 놀이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놀이의 방식은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도 필요하다.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지금 아이들에게 놀자고 하면 일단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들을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 팔도를 유랑하는 ‘남승도 놀이’가 있어요. 현대의 ‘브루마블 게임’과 비슷한 구조죠. 놀이 방식의 틀은 유지하되, 옛날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넣어서 도구를 재구성하는 거죠.”


한국 전통놀이의 세계화에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오징어게임’ 이후 불이 붙은 건 사실이지만, 이전부터 한국의 전통놀이를 통한 세계적인 교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옥마을 안에 ‘우리 놀이터 마루달’을 운영 중인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포인트들이 몇 가지 있어요. 한 예로 ‘사방치기’ 같은 경우 ‘우리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하시면서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자신들이 알고 있던 놀이문화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죠. ‘오징어게임’의 영향으로 ‘딱지치기’도 굉장히 좋아하시고요. 심지어는 딱지를 접는 것을 직접 배워보고, 접은 딱지를 기념품으로 가져가시기도 하고요.”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 운영한 '우리놀이 도장깨기' 행사 ⓒ우리놀이터 마루달

“‘놀이’는 전통문화 중 물질을 다루지 않고 정신을 다루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전통놀이 팀을 이끌면서도 신나게 놀면서 정신적인 갈등 등이 해소되는 걸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고요. 특히 서구화된 놀이들과 다르게 전통놀이 안에는 선조들, 민족의 얼이 있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사회적인 문제, 관계의 문제 속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놀이’ 안에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아이들이 공동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놀이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이기적인 행보보다는 하나의 공동체라고 인식할 때 비로소 놀이의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뒤늦게 전통놀이의 계승과 세계화가 화두에 올랐지만, 정작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대부분의 행사에는 일회성으로 전통놀이가 활용되고 있고요. 관련 연구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동시에 현장에선 놀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야 문화가 계승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현재 윷놀이와 관련해 문화침탈이 일어난 상황이 되어서야 연구를 시작하는 것도 우습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관련 조사를 철저히 하고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대한 지원 역시 마찬가지죠. 현재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는 ‘찾아가는 전통놀이 교육’을 진행 중인데, 현재의 예산으로 기껏해야 130~150개교에 나가는 것이 전부죠. 새로운 아이들은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우리의 놀이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극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겁니다. 문제는 예산이 점점 줄어들다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사업비가 다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장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분명한 건,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놀이문화는 결국 계승될 수 없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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