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달에만 공직선거법위반·위증교사 1심 선고
국민의힘 "국민 알 권리 위해 재판 생중계" 요청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민심 악화 물타기 말라"
당내선 '법원 심기 건드려 좋을 게 없다' 주장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결과에 정치권과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이 대표를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재판을 생중계하자는 의견이 여권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서 분출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의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25일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열흘 간격으로 받게 된다. 이번 재판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대표의 향후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첫 관문이 될 수 있어서다.
두 사건 재판 결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또는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 받고, 추후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리게 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나아가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여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며 이 대표 재판의 생중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 지지층이 100만 명을 목표로 한 '무죄 판결 탄원서' 제출을 예고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5일 오후 6시 기준 탄원에 서명했다고 주장되는 인원은 46만여 명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 대표의 1심 판결은 TV로 생중계돼야 한다"며 "판결에 대한 조직적 반발과 불복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1심 판결을 생중계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도 서울중앙지법을 찾아 '피고인 이재명 형사사건 TV 생중계 방송 요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주 위원장은 "재판부에선 이재명 대표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국민 알권리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례를 고려하셔서 재판 생중계를 허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하급심(1·2심) 재판 생중계는 지난 2017년 대법원이 '법정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피고인이 생중계에 동의할 경우 선고 공판을 생중계 할 수 있다. 또 재판부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생중계가 가능하다.
1심 선고 첫 생중계 사례는 2018년 4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선고였다. 생중계 결정은 선고 사흘 전인 3일 결정됐다. 같은 해 10월 5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도 생중계됐다. 이 역시 선고 사흘 전에 결정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여권에 불거진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빠지자 이 대표 재판 생중계로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도가 뻔한 것 아니냐"라며 "1심 선고를 앞두고 생중계를 띄워 '명태균 게이트'로 악화된 민심을 흐리려는 장단에 우리가 맞출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생중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판 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논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판사들의 판단을 국민이 직접 듣는 것도 차후 다른 논쟁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 직후 이 대표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수박' 잔당들이 남아있다"는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수박'은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를 뜻하는 멸칭으로 통한다.
이와 관련, 이 핵심 관계자는 "개인의 의견에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 주 이 대표 1심 선고 생중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이 이 대표의 1심 생중계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선고 전까지 '법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로우키'(low-key) 대응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보다 위증교사 혐의를 더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이 대표가 11월에만 재판을 두 번 받는 상황에서 당이 굳이 법원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