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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돌입한 MBK·영풍 VS 고려아연 ‘83만원’ 동일…승부처는


입력 2024.10.04 16:38 수정 2024.10.04 17:29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MBK·영풍,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75만원→83만원 인상

양측 공개매수가·최소 매수 수량 삭제 조건 동일…확보물량은 고려아연 유리

MBK·영풍 “자사주 매입 가처분 인용 시 공개매수 중단 리스크 초래”

고려아연 “가처분 결과 존재하는데 허위 사실 유포로 가처분 신청 재탕”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 및 지분 구성.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고려아연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가 조정’ 승부수를 던지면서 고려아연의 운명의 날이 10일 연장됐다. 이로써 양측의 공개매수가와 최소 매수 수량 삭제라는 조건은 동일해졌지만 확보 물량은 고려아연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


다만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배임 논란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했다. 발행주식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을 전격적으로 삭제했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가 MBK·영풍이 제시한 75만원을 상회하면서 이들의 공개매수 실패할 확률이 커지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만3000원(8.84%) 상승한 7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BK·영풍은 “불법적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항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한 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MBK는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6일까지 최소 6.98%에서 최대 14.61%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최초 공개매수가는 주당 66만원이었지만 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달 26일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5~6일은 주말인 관계로 실질적인 청약 마감일은 이날이었으나 이번 가격 조정으로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됐다.


이에 고려아연도 베인캐피탈과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라는 반격의 카드를 꺼냈다. 공개매수가는 영풍·MBK보다 8만원 높은 주당 83만원에 최대 18%의 지분을 취득한다. 여기에 공개매수 당일 공개매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단 1주라도 응모주식 전량을 다 매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소 매입 수량 조건이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질 필요 없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양측 모두 최소 매입 수량 조건 없이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설정해 같은 조건이 됐지만 확보 물량 면에서는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승패 가르는 포인트는?


이런 상황에서 MBK·영풍은 최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재무구조 공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에도 양측은 자사주 매입 가처분과 차입으로 인한 재무구조 등을 중심으로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MBK는 글로벌 독립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 회장의 주당 83만원 자사주 공개매수가 가처분과 시세조종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카르마는)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영풍의 새로운 가처분 판결 때까지 진행될 수 있으나 가처분이 인용되면,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단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준의 취소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적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최근 법원의 가처분 재판 결과가 분명하게 존재하는데도 영풍과 MBK측은 허위사실과 거짓 왜곡으로 마치 법적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처럼 만들기 위해 같은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재탕했다”며 “또한 언론과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거짓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또한 인위적으로 유포시키며 자본시장 교란행위와 시세조정성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MBK·영풍은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 전액이 자기자본이 아닌 차입이라며 자사주 매입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대금으로 현금 2조6635억원을 투입한다고 신고했다. 이 현금 중 회사가 미리 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기자금으로 1조5000억원, 차입금 1조1634억원은 확약서(LOC) 형태로 제출했다”며 “고려아연이 자기자금이라고 표현한 1조5000억원은 운전자금 명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4000억원과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한 고금리 단기사채 1조원이 현금화돼 회사로 입금된 것이며, 여기에 기존 회사 보유 현금 중 1000억원을 보탠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사내 보유 현금 등 자기자본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최대 4조2000억원까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은 충분히 자사주 매입 후 발생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당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에비타(EBITDA)는 약 1조2000억원”이라며 “이번에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금을 일으킨 까닭에 이자비용이 늘어나지만, 고려아연은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만 매각해도 약 806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풍의 지난해 별도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5%”이라며 “ROE가 마이너스를 보이는데도 영풍은 단 한번도 주주환원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으며, 미래 전략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대주주 이익만 챙길 뿐 일반주주의 이익에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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