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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정자 기증男, 여친과 공항서 체포됐다


입력 2024.08.25 18:59 수정 2024.08.25 18:5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SNS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파벨 두로프(40)가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됐다.


24일(현지 시각) TF1, BFM 등 프랑스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두로프가 이날 저녁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여자친구, 경호원과 함께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체포 당시 두로프가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을 출국해 프랑스로 입국 중이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데도 손 놓고 있던 것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법경찰국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은 두로프가 사기와 마약 밀매, 아동 착취 범죄,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 범죄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수사관 중 한 명은 "두로프가 자신이 수배자임을 알고도 파리에 온 사실이 놀랍다"면서 "텔레그램이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램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개발한 SNS(소셜미디어) 프콘탁테(VK)를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키운 IT 사업가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VK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VK 지분을 매각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2013년 독일에 머물며 메신저 텔레그램을 출시하고 운영에 집중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현재 전 세계 9억여 명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메신저 앱으로 성장했다.


두로프는 2021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재산은 한화로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그는 '고품질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정자를 12개국 100쌍 이상의 부부에게 기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생물학적으로 1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아버지라고 주장했다.


두로프는 "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DNA를 오픈소스화'하고 싶었다"며 "물론 위험이 있지만, 그들의 정자 기증자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정자가 부족해 심각한 출산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완화하는 데 내가 일부 기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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