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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설…與 일각 "다 망한다" 우려도


입력 2023.12.16 00:10 수정 2023.12.16 00:1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비상의총서 '한동훈 등판' 놓고 '설왕설래'

당내선 "韓, 尹에 쓴소리 할 수 있겠느냐"

"비대위보단 선대위원장이 적격'" 목소리

당정관계 재편, 총선 대비 서둘러야 주장도

윤재옥(앞줄 오른쪽 두 번재)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탄력을 받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참신성을 갖춘 한 장관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원할 투수로 적격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판에 대한 비토 여론도 만만치 않다. 비대위원장은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한 장관의 정치력에 아직 물음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짙은 친윤(親尹) 색채로 인한 수직적 당정관계로 김기현 지도부가 좌초했음에도 '다음 타자'가 한 장관이라면 국민들의 시선에 혁신에 대한 의지가 빈약하게 비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의총을 열어, 1시간 45분가량 비대위원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의총에선 총 20여 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 비대위원장 적임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서로의 주장이 상당 부분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의총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한 장관이었다. 특히 주류 친윤(친윤석열)계에서 한 장관을 적극적으로 천거하고 나섰다. 김성원 의원은 이날 의총장에서 "위기를 뚫고나갈 수 있는 분은 한동훈 장관이다. 삼고초려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성호 의원 역시 "(한 장관이) 참신함·인지도 면에서 (후보군 중에) 가장 낫지 않느냐"고 말하며 김 의원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친윤계가 한 장관을 앞세운 근거는 높은 인지도와 참신성 등이다. 여권의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 장관이 등판할 경우, 그의 지지도가 총선을 앞두고 당과 각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들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한 장관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부의 색채를 현재와 같이 '친윤'으로 유지하고 싶어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내년 총선 공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친윤 색채를 지닌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와야, 공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변수가 발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김웅 의원은 이날 의총장에서 "당 지지율이 낮은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으로 어떻게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 오늘 의총이 북한이 김주애에게 하듯,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며 친윤계의 한 장관 추천에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오늘이라도 우리가 총의를 모아 대통령께 간곡히 요구해야 한다. 다 같이 용산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언 전문을 공개하며, 당정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참석을 위해 국회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장관의 인기가 좋은 것은 알겠다. 그런데 지금 비대위로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 윤 대통령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조언 하나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지시를 받아가며 당정관계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 아니냐"며 "한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느냐. 지금 비대위원장에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한 장관은 그런 인물은 아니잖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문제는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무서워하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인사를 할 경우, 국민들에게 '당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외곽에도 한 장관의 등판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공관위·선대위 등을 임명하고 총선의 판을 다 깔아야 하는데 전국 선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한 장관이 올라온다는 건 어려워보인다"며 "비대위원장은 간판스타를 앉히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라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풀어내야 할 정치적인 자리다. 간판스타인 한 장관은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서 전국 선거를 지원하게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선 하루 빨리 지도부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하루 빨리 공관위·선대위 등을 띄워 플레이어들이 현장에서 뛰게 해야 한다. 위기라고 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누굴 올릴 것인가를 두고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공관위를 다음달 10일 안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비대위원장을 빨리 찾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대위원장 선임과 비대위원 구성은 늦어도 성탄절 전에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공천관리위원회의 출범은 내달 10일까지는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를 9일 만에 꾸린 경험이 있는 만큼, 비대위원장만 결정되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상임전국위 등의 절차는 열흘 안팎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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