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제선 여객 수요 185만명까지 늘었지만
FSC 비중 크게 늘어나 LCC 수혜 크지 않아
中·日 노선 닫혀 동남아 '출혈경쟁' 우려도
국제선 여객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요 수익 노선이었던 중국와 일본의 하늘길이 여전히 꽉 막힌 가운데, 동남아 노선의 경쟁만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국제선 여객이 늘어도 재무 구조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1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은 전년 대비 532% 증가한 185만5000명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코로나 이후 국제선 여객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회복한 이후 빠르게 늘어난 수치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미주 노선의 국제선 여객 회복 속도가 가장 빨랐다. 지난 2019년 평균 대비 미주가 74%, 유럽이 41%, 동남아는 35%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일본과 중국은 각각 7%와 2% 회복하는 데 그쳤다.
주요 LCC 3개사의 항공사별 국제선 여객수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9만7392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진에어(9만5784명), 티웨이항공(8만5560명) 순이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제주항공(6월 3만2074명)과 진에어(4만2474명), 티웨이항공(2만9449명) 모두 여객 수송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지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LCC들의 주요 국제선 노선이었던 일본과 중국 하늘길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관광 목적의 입국을 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고, 그 절차에도 2~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도 하루 해외 입국자를 2만명(내외국인 포함)으로 제한하고 있고, 단체 관광만 허용해 개인 여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제선 운항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 여행지였다. 특히 LCC의 경우 매출의 80%가 국제선에서 나왔고, 이 중 일본 노선 매출이 5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매출원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동남아 노선의 경쟁을 심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이중' 악재다. 우선 전반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LCC보다는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항공사(FSC)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늘어난 여객 수요 대부분은 대형항공사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7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79만 4984명으로, LCC 국제선 여객수(36만2274명)를 크게 웃돈다. 국제선 점유율은 FSC가 43%, 외항사가 38%, LCC는 19%(36만2274명) 수준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 LCC 점유율이 31%(245만 6173명)였던 것을 고려하면, LCC를 이용하는 국제선 여객 비중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LCC들끼리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게 될 우려도 있다. LCC들이 동남아가 아니면 띄울 노선이 달리 없어 노선을 계속 늘려가다보니, 최근에는 10만원대 동남아 항공권도 등장했다. 제주항공이 진행한 할인 프로모션 '찜'에서는 인천~마닐라·세부·보홀·다낭 등 항공권이 13만원대부터 판매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거리 주요 노선인 일본과 중국 노선 여객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며 "LCC의 공급력 증가가 집중되는 동남아 노선의 경쟁심화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4분기부터는 일본이 자유 여행 입국을 허용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앞서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은 지난 4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일본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일한의원연맹과 만나 올해 10월 이후 한일 양국간 비자 면제 조치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국제선 회복 속도가 계속 늦춰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본 노선 회복이 경영 정상화의 기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