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월드 프리미어 1대씩 선보여 '체면치레'
BMW·미니, 전동화 전략 차종으로 마케팅 극대화
‘2022 부산국제모터쇼’가 1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번 모터쇼는 현대자동차그룹과 BWM 그룹 코리아 등 6개 브랜드만 참여해 예전만 못한 위상을 보였다.
다만 양 그룹은 참가 브랜드가 줄어든 점을 오히려 역이용해 출시를 앞둔 자사 신차 홍보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아이오닉6, i7을 전면에 선보이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전기차 패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도 단단히 다졌다.
먼저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답게 이번 부산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모델을 각 1대씩 선물했다.
현대차는 최신 전기차 기술력을 집약시킨 아이오닉 6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인 아이오닉 5가 현대차 전기차(EV) 방향성을 처음으로 정립한 모델이라면, 두 번째 모델이자 첫 세단인 아이오닉 6는 항공기와 닮은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차별화를 뒀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넓은 공간성과 그릴 대신 강조한 픽셀 라이트, 재활용 소재를 통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공통적으로 적용해 현대차의 '전기차 패밀리룩'을 구현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율과 넉넉한 공간성으로 현대차 역대 모델 중 최저 공력계수인 CD(Drag Coefficient) 0.21 달성, 디자인 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모두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6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인 1회 충전시 최대 524km의 주행가능거리도 달성했다.
아이오닉 6의 존재감을 대대적으로 알린 현대차는 올해 1만2000대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5만대 이상을 팔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아이오닉 6의 글로벌 시장 등판으로 전기차 세단 중 가장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3·모델S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라인업은 대형 전기 SUV인 세븐(SEVEN)으로 이어진다. 이날 공개한 세븐 콘셉트카는 아이오닉 라인업 중 세 번째 모델로, 2년 뒤인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N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고성능 전기차도 내놓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전기차 시대, 편리함과 경제성 뿐 아니라 운전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현대차그룹 전동화 계획에 발 맞춰 내년 4월 출시를 앞둔 ‘더 기아 콘셉트 EV9(이하 콘셉트 EV9)’를 모터쇼 전면에 내세웠다.
콘셉트 EV9은 E-GMP를 기반으로 하는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을 예고하는 콘셉트카로,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반영됐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뜻한다.
EV9은 전장이 5m에 달하는 SUV임에도 불구하고 ▲약 540km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6분 충전으로 100km 주행거리 확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대에 도달하는 우수한 가속성능을 확보했다. 순수전기차 모델로 처음 출시한 EV6 바통을 이어 받아 EV9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경쟁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제네시스 엑스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힘을 보탰다. 이 외에 G70 슈팅 브레이크, GV60, GV70 전동화 모델 등도 나란히 선보이며 제네시스의 집약된 기술들을 공개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 참가한 BMW 그룹 코리아도 전기차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전기차 선두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BMW 코리아는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인 BMW i7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며 한층 진일보된 기술력을 뽐냈다. i7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101.7kWh(WLTP 기준)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해 최대 625km(WLTP 기준)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4분기부터 국내 출시를 앞둔 7시리즈를 메인으로 삼은 것은 최신 전기차 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신차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BMW는 높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밀려 제대로된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이번 7시리즈를 통해 그간의 부진을 씻고 S클래스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이 밖에 BMW 코리아는 iX M60, i4 M50 등 BMW M의 노하우가 반영된 고성능 순수전기 모델과 더불어 뉴 M850i xDrive 그란 쿠페, 뉴 M240i xDrive 쿠페, 뉴 M4 컴페티션 컨버터블 M xDrive, 뉴 X3 M 컴페티션 등 고성능 내연기관 M 모델들을 통해 BMW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BMW 뉴 XM’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클로즈드 룸을 운영해 초고성능 모델 장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뽐냈다.
뉴 XM은 새롭게 개발된 V8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조화를 이룬 M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무려 650마력의 합산 최고출력(WLTP 기준)과 81.6kg·m의 합산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MINI 코리아도 BMW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발 맞춰 ‘MINI 일렉트릭 페이스세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렉트릭 페이스세터는MINI의 고성능 브랜드 JCW 최초의 순수전기 모델로,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E의 세이프티카로 제작돼 눈길을 끈 바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6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BMW 코리아가 i7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함으로써 한껏 낮아진 부산모터쇼에 위상을 그나마 세워줬지만, 참여 브랜드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진출한 수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서울·부산모터쇼를 통해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을 선보이며 진일보된 기술력을 과시하는 장(場)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기술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행사에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은 것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축제인 부산국제모터쇼에 참여한 완성차 브랜드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라며 "마지막 모터쇼가 되지 않도록 2024년 부산모터쇼에서는 각별하고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