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포드에서 전성기 기량 회복..완전한 부활
친정 토트넘 이어 맨유까지 영입전 가세해 몸값↑
심정지 여파를 극복하고 기적을 일으킨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을 향한 EPL 클럽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고도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에릭센과 함께 챔스 결승까지 올랐던 토트넘, 에릭센 덕분에 EPL에 잔류한 브렌트포드 등이 꼽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릭센은 지난해 6월 유로 2020 조별리그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의료진이 긴급 투입돼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에릭센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 후송 후 심장 제세동기(ICD)의 도움을 받고서야 회복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규정상 제세동기를 삽입한 선수는 등록이 불가능해 소속팀이었던 인테르밀란과의 계약은 해지됐다. 좌절하지 않은 에릭센은 개인 훈련을 통해 감각을 유지했고, 지난 1월 브렌트포드와 단기 계약(6개월)을 맺고 EPL에 복귀했다.
이후 놀라운 활약으로 강등을 걱정하던 팀을 13위까지 끌어올리며 브렌트포드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에릭센의 첫 선발 출전 직전까지 8경기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던 브렌트포드는 에릭센이 합류한 3월 이후 EPL에서 리버풀-토트넘-맨체스터 시티 다음으로 많은 승리를 수확한 팀이 됐다. 에릭센이 선발 출전한 10경기에서 무려 7승을 따냈다.
EPL 11경기 1골 4도움을 올린 에릭센은 영국 BBC가 선정한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팀 역사상 최고의 주급 수준을 내건 브렌트포드의 재계약 의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토트넘-맨유 등 빅클럽들을 골라갈 수 있는 위치를 되찾았다. 브렌트포드와의 계약도 만료된 상태라 이적료도 없다.
최근 에릭센 가치에 더 불을 지핀 팀은 맨유다. 지난 5일(한국시각) 영국 미러 등 현지 매체들은 "맨유에 새 감독 에릭 텐 하흐가 구단에 에릭센 영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약스 감독을 지냈던 텐 하흐 감독은 에릭센이 인테르밀란과 계약을 해지한 후 아약스에서 훈련할 때 많은 대화를 나눈 사이다. 이번에 맨유로 이적하면서 재건에 꼭 필요한 선수로 에릭센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는 중원 보강이 시급한 과제다.
에릭센 영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토트넘이다.
에릭센은 토트넘 시절이었던 2018-19시즌 손흥민과 함께 챔스 결승행을 합작했다. 손흥민은 정교한 킥을 자랑하며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에릭센을 향해 수차례 엄지를 치켜들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305경기 69골 90도움)한 에릭센도 여러 차례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회상하는 인터뷰를 해왔다. 최근에도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그립다”고 말했다. 3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쥔 토트넘은 마침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꾀하고 있고, 에릭센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콘테 감독과는 2020-21시즌 세리에A 우승을 함께 일군 좋은 추억도 있다.
지난 4일 에릭센은 덴마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UEFA 네이션스리그 프랑스전 2-1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어디를 가든 팀을 끌어올릴 만한 자원으로 다시 인정받았다. 에릭센의 기적은 실망과 좌절이라는 단어를 지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