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복귀작 ‘이브’, 지나친 선정성으로 비난
이제는 안방극장에서 19금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스릴러를 비롯한 장르물은 물론, 멜로드라마들도 일부 회차를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하면서 과감한 애정신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뒷받침되지 않은 지나친 ‘파격’은 작품에 독이 되기도 한다. 배우 서예지가 파격 정사신이 포함된 19금 드라마 ‘이브’로 돌아왔지만, 그의 출연을 두고 쏟아진 관심이 작품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4월 전 연인 가스라이팅, 학력 위조, 학교폭력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던 서예지는 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이브’로 안방에 복귀했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인생을 건 이라엘 역을 맡은 서예지는 드라마 초반부터 파격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된 첫 회에서는 자신의 복수 상대인 윤겸(박병은 분)을 도발하기 위해 그와 눈을 맞춘 채 남편과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진 2회에서도 라엘의 유혹에 빠진 윤겸이 아내 한소라(유선 분)와 5년 만에 잠자리를 지면서 라엘을 떠올리는 역대급 스토리로 충격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충격과 파격으로 점철된 초반 회차들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개가 쌓이기도 전에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들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예지의 복귀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선정적인 묘사들로 인위적인 충격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19금 장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도 첫 회가 19금으로 편성돼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첫 회에서는 영은(송혜교 분)이 패션위크 오프닝 파티를 마친 후 이름도 모르는 상대 재국(장기용 분)과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었다.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4회 역시도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 주인공 희주(고현정 분)와 남편 현성(최원영 분)의 정사신을 담았었고, ‘알고 있지만’이 주인공 커플의 애정신을 담기 위해 같은 선택을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당시 이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었다. 주인공들의 성격 또는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한 방식으로 활용됐을 뿐, 적나라하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표현의 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스릴러를 비롯한 다수의 장르물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회차를 19금으로 편성, 다소 수위 높은 장면들도 담아내곤 했다.
한때는 폭넓은 시청층을 아우르기 위해, 혹은 선정성·폭력성 지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19금 편성을 지양하기도 했다. 그러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이제는 시청자들도 19금 콘텐츠를 한층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19금’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 방식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선택의 폭과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는 부분도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활용 방식이다. 단순히 초반 회차에 강렬한 장면들을 배치해 화제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해당 장면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오히려 작품을 망치는 장치가 되곤 하는 것이다. ‘19금’ 활용이 한층 활발해진 것이 창작자들에게 긍정적인 일이 되기 위해선,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무의미한 시도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