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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외국인 아내 씨받이 취급…국제결혼 무시하고 찌질하다고"


입력 2022.05.17 16:40 수정 2022.05.17 16:3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서울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자 외국인 아내를 둔 민원인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샀다.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여성과 결혼한 A씨는 지난해 8월 동사무소에 부인의 주민등록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폭언을 들었다. A씨는 이주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 6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담당 공무원이 전화가 끊어진 줄 알고 한 발언들을 수화기를 통해 그대로 전해들었다고 한다. 통화 녹취에는 "외국인 여자랑 결혼해서 더럽게 사람 짜증나게 하네. 자기가 부끄러우니까 안 데리고 오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거지 같은 XX가 다 있어. 꼭 찌질이 같아"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아내가 외국인인데, 외국인은 주민등록 관련 절차가 복잡해서 그거 관련 문의를 드렸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공무원 분이 심하게 욕설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속 욕설을 하시다가 본인이 수화기를 잘못 올려놓은 걸 알고 다시 전화를 확실하게 끊었다"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참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에 항의 전화를 드렸다. 왜 이렇게 욕을 심하게 하셨냐고 여쭤보니 처음에는 저한테 욕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변명을 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시인했고,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그날 저녁 커피숍에서 만났다. 해당 공무원은 직장 선배와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은 A씨에게 서슴지 않고 막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A씨가 공개한 당시 대화가 녹음된 음성파일 녹취록에 따르면, 공무원 B씨는 국제결혼에 대해 "선생님(A씨)한테 하는 말이 아니고, 뭔가 정말 막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가서 결혼하고 그냥 약간 애 낳는 그런 수단으로 쓰는 것 같았다. 매체에서 보고"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고 그냥 변명만 하는 거였다. 저를 지칭한 말이 분명히 맞는데. 제 아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씨받이로 취급한 것"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그러면서 "또 '9급 공무원 정도 되니까 자기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만한 생각을 갖고 민원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만하게 본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며 "자기는 9급 공무원이라서 앞으로 결혼 잘할 건데 당신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니까 한국 사람이랑 결혼 못 하고 외국 여자랑 결혼한 거 아니냐 이런 취지로 들렸다"고 했다.


A씨는 그 이후 사과 전화 등 사후 조치가 없었다면서 공론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냥 사건을 없었던 걸로 하려는 걸로 느껴졌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해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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