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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왜 군침을 흘리나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4.05 11:50 수정 2022.04.05 13:1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민간기업 사장 자리 놓고 청와대-인수위 泥田鬪狗 꼴불견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대우조선해양

한국해양대학교는 우리나라 해양 관련 산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학교다. 모태인 진해고등해원양성소(1919년 설립)부터 계산하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해양에 특화된 학교인지라 전공 분야가 다양하지 않음에도 불구, 현재 학년 당 재적생은 2000명이 넘는다. 매년 그 정도 숫자가 이 학교를 나와 해운과 조선 등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 서울 상위권 대학에 갈 실력을 지닌 우수 인재들이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해양대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았다.


오랜 기간 한국 해운‧조선업계의 중요한 인재 풀 역할을 해온 학교인 만큼 해양대 출신들이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최근 해양대 출신 인사 한 명이 사장 직함을 달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얘기다.


‘정권 막판 알박기 인사’. 박 사장에게 달린 꼬리표다. 이 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당과 야당이 공방을 벌이는 통에 박 사장은 취임식도 제대로 못 하고 대표이사 직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알박기 인사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민간 기업의 수장 자리를, 국책은행이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정권에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특혜로 활용한다는 건 비난 받아 마땅한 적폐다.


하지만 ‘알박기 인사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라고는 오직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 뿐이다. 동생의 동창이건, 사돈의 팔촌이건, 그 정도 거리의 인맥은 평범한 소시민이라도 전국에 수만 명은 될 것이다.


심지어 그 대학이라는 곳이 조선업계에 수많은 인재를 공급해 온 해양대다. 대우조선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모든 조선업체에 해양대 출신 임직원들이 수두룩하다.


뒷배경 없이는 사장 자리는 꿈도 못 꿀 엉뚱한 인물이라면 모를까, 박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이전 단 두 명이었던 부사장 중 한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선박 건조 과정을 총괄하는 조선소장이었다.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무려 36년간 한 직장에서만 일한 ‘성골 중의 성골’이다. 차기 사장 자리 대기표 1번을 들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문제가 이슈화되니 오히려 차기 정권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일각에서 ‘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니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오니 더 그렇다. 그럼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한 인물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야 한단 얘긴가.


그룹총수체제가 아닌 기업들이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린 일은 비일비재했다. 과거 포스코와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되는 흑역사를 겪었고,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정치적 사안에 휘말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보수건 진보건 정권만 잡으면 적폐청산을 외치는 시대에 더 이상 그런 적폐는 없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 기관이나 공기업이 아니다. 정권에서 낙점한 이가 아닌, 경영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인물이 이끌어야 한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인수위가 어떤 사안을 놓고 진흙탕 개싸움(泥田鬪狗)을 벌이건 민간 기업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는 개밥이 아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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