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서 대표이사 선임 등 주요안건 처리
조선업계, 해양모빌리티 시장 선점 및 LNG선 중심 수주 흑자전환 목표
7조 영업익 HMM, 장기성장 기반 마련할 듯
조선·해운업계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마무리한 가운데 본격적인 경영 전략 실행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삼성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며 매각 작업이라는 공통 이슈가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HMM은 경쟁력 확보에 힘 쏟을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운업계는 지난 22~29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등의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사장이 대표로 자리하며 가삼현 부회장과 각자대표를 갖추게 됐다. 대우조선해양과 HMM은 각각 박두선 사장과 김경배 사장을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올해 조선업계 대표들이 강조한 것은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수익개선이다. 업계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자 이에 발맞춘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한편, 지난해 조단위 적자를 본 만큼 흑자전환을 위한 선박 수주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해양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해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십과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전기추진선 분야에서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메탄올 추진선·암모니아 추진선·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한발 앞선 독자기술 개발로 시장에서의 기술우위를 확고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삼현 부회장은 한국조선해양 주총에서 “기술과 인재를 회사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친환경·디지털 선박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그룹 조선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올해 하반기 완공될 글로벌 R&D센터에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중심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통한 수익개선에 총력을 다 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들 업체의 영업손실은 각각 1조7547억원, 1조3120억원에 달해 흑자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선박 발주량 회복, 신조 선가 개선, 친환경 기조 강세 등으로 업황이 부활하고 있으며, 올해 LNG선 시장 역시 지난해에 이어 훈풍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맞춰 대우조선은 LNG선 등 고수익 제품을 수주하고 건조할 수 있는 경쟁력과 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4일까지 LNG선 10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창정비 1척 등 총 18척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금액인 89억4000만달러의 47%(41억8000만달러)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 선 등 주력 선종 건조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대형 해양공사 수주를 통해 흑자 전환의 기반을 다진다. 회사에 수년간 부담이 된 잔여 드릴십의 처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LNG선의 경우 올해 50척 이상의 발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주총에서 “LNG 해상 물동량 증가로 인한 수요와 스팀터빈 방식의 노후 선박 교체, 카타르발(發) 발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국내 컨테이너선사 HMM은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장기 성장 발판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 역량·물류 전문성 갖춘 김경배 HMM 사장은 현대글로비스 대표 재임 당시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에 힘 쓴 인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HMM의 매출 대부분이 컨테이너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는만큼 해운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HMM 컨테이너부문 매출은 전체의 93.9%를 차지했다.
HMM과 대우조선의 경우 향후 있을 매각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국내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임 대표들이 이에 맞춰 매각 작업을 위한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글로벌 선사 순위 8위로 성장한 HMM은 경영안정화를 거쳐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이 무산된 대우조선의 경우 KDB산업은행에서 실시하는 경영컨설팅이 조만간 마무리되면 매각 방침도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앞서 주총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포함한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며 “회사는 이에 맞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전략 및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