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두번째 승인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지난 26일 처방 시작
약국들 "2~3일 안에 바닥날 것…전산처리 안 돼 처방 먼저해주기도"
"팍스로비드 하루 15개씩 처방…상비약처럼 처방해주는 것도 문제"
전문가 "치료제, 확진자 비해 턱없이 부족…스와프 통해서라도 들여와야"
국내에서 두 번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의 처방이 지난 26일부터 시작됐다. 처방 4일째인 29일 오전. 수요에 비해 들어온 물량이 적어 벌써 3분의 1 이상 소진된 약국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처방 조건이 되더라도 반드시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해야 한다며 스와프(외국 정부와 교환) 등의 방식을 사용해서라도 치료제를 들여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라게브리오는 지난 26~27일 500명분이 사용됐고, 재고는 28일 도입된 8만 명분까지 약10만 명분이다. 라게브리오는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1만9000명분을 현장에 공급했고,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약국은 일주일 단위로 공급되는 약에 비해 수요가 빗발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29일 오전 코로나19 치료제 처방 지정 약국인 서울의 A약국은 오늘도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A약국 관계자는 "라게브리오가 지난 주에 20개가 들어와서 들어왔고 어제 하루 7개가 처방 나갔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올 거라고 했는데 지금 상태로 나가면 2~3일밖에 못 쓸 것 같다"며 보건소에 추가 공급 문의 전화를 걸었다.
서울시 종로구의 B약국은 "라게브리오 처방은 토요일부터 가능했지만, 오늘 처음 약이 공급됐다"며 "오늘 들어오자마자 한 건 처방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정 약국인 서울의 C약국은 "어제 5명, 오늘 1명에게 처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D약국은 3일 동안 처방을 먼저 해준 후 오늘에서야 전산에 라게브리오 처방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약국 관계자는 "지난주 토요일부터 처방할 수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코드가 잡혀서 처방전 등록이 가능해졌다"며 "전산이 안 되는 며칠 동안 라게브리오 처방이 들어오는 바람에 전산입력 없이 그대로 처방해줬다. 그때 복용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족한 건 라게브리오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처방을 시작한 팍스로비드도 넉넉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경기도의 한 약국은 "팍스로비드는 하루에 15개씩 처방되고 있어서 공급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약국에서 신청하면 보건소에서 가져오는 건데, 물량이 부족해서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주변 약국에서도 부족해서 빌려줄 수도 없다고 해서 한동안 처방을 못 하다가 응급으로 보건소에서 구해다 줘서 처방했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의료진의 처방에도 문제가 있다"며 "일부 병원은 환자가 팍스로비드를 처방해달라고 하는 경우 상비약처럼 처방해주는 병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 기침 가래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건데 처방할 때 별도로 기침가래 약도 처방해줄 때가 많아서 코로나19 치료제는 치료제대로 부족하고 일반 재택치료 환자들의 약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팍스로비드는 상비약이 아니다. 꼭 증상이 심해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발생하고 있는 확진자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치료제가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팍스로비드 처방을 원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우선 처방될 수 있도록 일부 비용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에 들어온 팍스로비드도 겨우 20만명분밖에 안 된다. 확진자 수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이 들어왔다"며 "7월 정도면 팍스로비드 3000만명분이 생산된다는데 너무 늦다. 지금 가장 필요한 곳이 우리나라기 때문에 스와프 등 방법을 사용해 외교적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팍스로비드와 기침 가래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 같이 처방되는 것에 대해서는 "과다처방이다. 같이 처방될 필요가 없다"며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는 목적은 초기에 바이러스를 억제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기침 등 증상의 2차 치료제까지 처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전국 모든 약국에서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약국에 재고가 남았는지 알려주면 처방이 가능한 곳에서 처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위험군 중에서도 60대에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마쳤고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라면 중증으로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약값이 무료이다 보니 중증이 아니어도 처방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5%일지라도 비용 부담을 만들어서 꼭 필요한 환자가 처방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