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총선 때도 영상과 메시지
통해 특정 후보군에 힘 실은 바 있어
건강도 정치행보 지장 없을 정도로
양호한 듯…"사저 문전성시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과 퇴원을 거쳐 대구 달성군 사저에 입주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5년여 만의 육성 메시지에서 향후 정치적 활동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는 점에서,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권역을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사저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내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이루지 못한 꿈은 또다른 이들의 몫"이라면서도 "좋은 인재들이 나의 고향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좋은 인재들을 통한 대구의 도약'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등의 표현을 종합하면 오는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TK 권역의 특정 후보들에게 힘을 싣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2008년 총선 때에도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메시지나, 특정 후보들에게만 영상 찬조연설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친박(친박근혜) 후보들에게 힘을 실은 적이 있다.
이 결과 친박연대에서 6석, 무소속 친박 12석이 당선됐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당시 친박연대 공천으로 달서병에서 한나라당 유재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사례다.
건강 문제가 정치 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이날 공개된 모습이나 육성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특별사면의 이유로 건강 문제가 언급돼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이목이 쏠렸지만, 이날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걸어서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건강해보였고 취재진들에게 웃음을 보였으며, 육성 또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을 지켜본 옛 친박계 정치인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쁜 상태가 아니시더라"며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6·1 지방선거에서 TK 권역에 출마하려는 정치권 인사들이 향후 박 전 대통령 접견을 노리고 사저 주변을 맴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퇴원 현장에 있었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셨던 보좌진들끼리 한 번 빠른 시일 내에 달성 사저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김 최고위원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경선이 치러질 경우 김재원 최고위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달성 사저 입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착을 축하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과 김문오 달성군수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 지역에서 '박심'의 파급력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 입주와 지방선거가 맞물린 상태에서 보수쪽 인사 등 지지자들의 방문이 문전성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