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귀향'에 지지자 운집
일부 지지자 간 갈등, 다툼도 발생
"좋은 일만 가득히 살았으면 좋겠다"
"尹, 본인 일 한 것…방문 환영해야"
"와 이리 좋노. 할 수 있으면 안아드려 뿌고 싶다"
24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위치한 쌍계오거리 앞.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기 위한 인파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사저 앞 뿐 아니라 길 건너편 둔덕에도 올라가 박 전 대통령의 복귀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박 전 대통령 환영 행사 운집 인원은 약 3000명으로 추산된다.
형광색 옷을 입은 경찰들도 오전부터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인도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심지어 달성군 내 경찰 인력만으로는 부족해 근처 달서구 경찰관까지 동원된 모습에서 경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큰 길에서부터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가까지 박 전 대통령이 볼 수 있는 곳엔 화환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대부분 우리공화당이 배치한 것이지만, 일부 중소기업이나 지지자들이 개인적으로 보낸 화환도 보였다. 사저 담벼락과 진입로 입구 등에는 박 전 대통령의 귀향과 입주를 환영하는 화환 수백 개가 가지런히 놓였다.
대구 논공단지에 거주하는 김석권(70세·남)씨는 "가깝게 살아도 와볼 일이 없는데 오늘 안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신다고 해서 일부러 마음먹고 한 번 와봤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해준 것은 국민 마음에 맞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나오신 김에 좋은 일만 가득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입주 환영을 위해 울산에서 대구까지 올라온 손희숙(55세·여)씨는 "박근혜 지지자니까, 퇴원하셔서 입주하시니까 환영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아무런 죄도 없는데 4년 9개월이나 있으신 것 자체가 잘못됐다. 평생 고생 다 하셨으니 진짜 앞으로 꽃길만 걸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씨는 "탄핵 자체가 자유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불법, 조작이다"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한 게 하나도 없고 안보, 경제까지 다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12시 15분 박 전 대통령이 달성군 사저에 도착하자, 환호성은 더 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달성군 사저 앞에서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입주를 근처에서 지켜보던 대구 거주 홍순복(76세·남)씨는 "오랜 수감생활을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도 염려가 되고, 우리가 보고 만날 수도 있는지도 보려고 왔다.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은 죄가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그건 당시 자기 직무였기 때문에 열심히 한 것뿐이다. 수일 내로 윤 당선인이 오는 건 환영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행사였던 만큼 문제도 발생했다. 우리공화당원들은 11시 8분 사저 좌측에 운집한 뒤, 트럭까지 동원해 대규모 행사를 시작했다. 조원진 대표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사저 우측에 위치한 대구 행동하는 우파시민연합은 우리공화당을 향해 마이크와 음악 소리를 줄이라고 소리치면서 두 단체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우리공화당원은 기자들의 취재를 위해 마련된 프레스존으로 들어오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본인을 우리공화당 책임당원이라고 소개한 대구 동구 거주 이모(70세·남)씨는 "탄핵은 법적인 절차로도 불법인데 근본적으로 잘못 된 것"이라며 "2016년에 선동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현 정권은 돈과 정치가 결합된 부패정부인데, 새롭게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도 적폐청산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오전 8시 30분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박 전 대통령은 9시 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를 참배한 후 곧바로 사저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31일 새벽 영장심사 후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2일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12월 24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수감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