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비대면 힘든 장르 …관계자들은 모험 무릅쓰고 진행”
“코로나19 이후 지방 무대에 올라…끈 놓지 않기 위해 노력 중”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해수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전미도, 곽선영 등 출연 당시에만 해도 시청자들에게 ‘낯선 배우’였던 이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눈도장을 찍으며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도약했다.
TV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했지만 이미 공연계에서는 유명했던 배우들로, 신원호 PD의 발탁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한 뒤 그간 쌓은 내공을 마음껏 발산하며 날개를 단 것이다. 그리고 매 작품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내는 신 PD만의 캐스팅 능력이 작품의 또 다른 인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배우 송강호, 설경구부터 이정은, 진선규, 김성균까지. 현재 스크린, 브라운관을 누비며 활발하게 활약 중인 다수의 배우들이 신인 시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닦곤 했다.
물론 연극 무대가 타 매체 진출의 발판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규모의 극장에서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는 연극의 특성상 신인들에게도 비교적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또 많은 배우 지망생, 신인들은 긴 시간 함께 연습하며 연기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연극 무대에 꾸준히 도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던 극장들도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20년 4월, 17년 동안 운영되던 대학로의 소극장 ‘나무와 물’이 문을 닫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2월부터 수입이 1원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서울연극협회와 189개 극단은 지난해 2월 “재난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부터 끊듯 예술단체(극단)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예술단체는 무대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축소하거나 취소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단체가 떠안아야 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대면 대체가 어려운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극장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았고, 이에 많은 신인 배우들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연극 또한 영상 오디션을 통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작을 진행하고 온라인 상영을 통해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현장감’이 중요한 연극의 특성상 ‘비대면’으로 전 과정을 진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제작의 위축을 불렀다.
창작집단 동원에서 연출, 기획, 배우 역할을 맡고 있는 김동원 씨는 “코로나19 전과 후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비대면이다. 다만 연극은 장르의 특성상 화면과 현장의 괴리가 굉장히 큰 장르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러한 모험을 무릅쓰고 대부분 비대면 오디션을 진행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최종 오디션 전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재는 재도전의 기회가 있는 오디션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활동의 반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크고 작게 열리는 연극의 숫자가 많아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이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회가 줄어들면서 무대를 떠나게 된 배우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상황을 그저 버티고 있었다. 지난 2017년부터 연극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한 배우는 “준비 중이던 공연이 취소되면서 지난해 1년을 아르바이트만 하며 보냈다. 계획에 없던 공백기를 가지게 돼 불안함이 더 커졌다. 이미 경력이 탄탄한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제 시작 단계에서 재미를 느끼며 규모를 키워가려던 내게는 이 공백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이어가지 못할까 봐 더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기의 끈을 잇기 위해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 유동원 씨는 현재 김해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을 해왔다. 하지만 영업시간이 줄다 보니까,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줄고 병행이 힘들어졌다. 아예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라며 “하지만 잠깐 쉰다는 명목으로 업계 바깥으로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도 예정된 해외 공연이 있었는데, 출국 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취소가 된 적이 있다. 서울 극장들은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거나 여전히 무대를 올리는 게 조심스럽다 보니 기회를 찾다 지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으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힘들고 금전적으로 포기하는 부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까 기회가 있으면 찾아가서 하려고 하고 있다. 끈을 놓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버티자’는 마음으로 소중한 기회들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