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세계대전·한국전쟁까지
전쟁 원인은 결국 ‘정치와 경제’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욕망+천연가스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정세가 술렁이고 있다. 전쟁에 대한 이념적 옳고 그름을 떠나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 원인에 대한 분석과 향후 예측이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형적인 전쟁의 두 가지 목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바로 정치적 원인과 경제적 이익이다.
전쟁은 일반적으로 영토 또는 자원을 뺐거나 종교와 사상 등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정치·경제적 목적이 혼재한다.
독일 군인이자 군사학자였던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동”이라고 설명하면서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하는 정치의 계속”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영토나 자원을 빼앗기 위한 다툼을 넘어 종교, 사상 등의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내포한 행동이라는 의미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전쟁은 우리나라도 이미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대표적 사례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6.25 전쟁)이다.
임진왜란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여러 다이묘(大名, 봉건영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이다. 역사학자들은 도요토미가 통일 과정에서 생겨난 자신의 숙적을 제거하고 국내 여러 문제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전쟁에 미국이 참전한 것 또한 정치적 이유가 크다. 육군군사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6·25전쟁에서 미국의 정치적 목적과 군사적 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그다지 중요한 국가가 아니었음에도 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군사력을 투입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고히 해 민주진영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진영 간 냉전체제가 조성된 상황에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러한 진영 유지를 위해 즉각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목적에 의한 전쟁 사례는 미국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에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원에는 바로 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설명에 따르면 1898년 스페인 전쟁 이후 열강 반열에 오른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최대 채권국(債券國) 됐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사실상 세계의 패권을 잡는 국가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수산업 호황으로 경제 대공황 위기를 극복하는, 이른바 전쟁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소비한 전쟁 비용은 2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합국에 외상으로 판매한 군수 물자만 약 50억 달러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10배에 가까운 2950억 달러를 썼고, 500억 달러에 달하는 물자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1939년 미국 국방비가 30억 달러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군수 물자가 소비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군수 물자 소비는 내수 경제 활력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대공항의 가장 큰 원인이 수요 부족이었는데, 미국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수요처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쟁의 경제적 이익(효과)은 상대적이다. 미국과 같이 전쟁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도 있고, 붕괴시킬 수도 있다. 특히 어디서 전쟁을 치르느냐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처럼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치르면 물리적 피해로 극심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미국처럼 자국 영토 밖에서의 전쟁은 때때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익이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종신 집권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과 유럽에 대한 에너지(천연가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노림수가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한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전쟁에 대해 “푸틴이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과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경쟁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비롯했다는 게 가장 정확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전쟁경제학②] 2차 세계 대전, '전쟁 중독' 미국을 낳았다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