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코인 일제히 급락
브렌트유 선물 8년 만에 최고가
“러시아 제재 수위·범위 주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전포고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주식과 가상화폐 등은 폭락한 가운데 유가와 금값은 급등했다. 원유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0.73p(2.60%) 내린 2648.80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달 27일(2614.49)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5p(1.11%) 내린 2689.28에 개장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이 확산되며 낙폭을 키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 돈바스 주민 보호가 작전의 유일한 목표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오후 10시부터 30일 간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18~60세 사이의 예비군 징집에 나서고 민간인의 총기 소유도 허용하는 등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도 출렁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 1.81% 내려간 2만5970.82로 마감해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만6000선이 무너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3.18%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약 1.37%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장 마감 이후 선물 시장에서 다우지수 선물 시세가 2.19% 주저앉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26% 빠졌고 나스닥100 선물 시세도 2.73% 내렸다.
가상화폐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24시간 이전 대비 약 8% 급락해 3만5000달러(약 4208만원) 가격대를 밑돌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개시 발표 소식이 알려지자 5% 급등해 장중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2014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출 제재를 당할 경우 국제 원유 공급이 감소해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이날 4.91% 급등해 장중 96.62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위험회피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0.5원(0.88%) 오른 1202.5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1200.50원을 기록한 데 이어 약 2주 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 가격은 온스당 1928.33달러(약 232만원)로 1% 상승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이슈는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쳤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 동맹을 중심으로 러시아 대한 제재 수위와 범위가 어떨지 주목해야 한다”며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