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의 포스코, 철강·배터리 양대 축 강화에도 수익성 난항
대외 악재 속 고강도 구조조정·해외 시장 공략...돌파구 찾을까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다사다난했던 경영 환경 속에서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장 회장은 철강 생산부터 마케팅, 연구·개발(R&D)까지 철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철강 전문가’다. 취임 이후 철강 본업의 경쟁력 회복과 그룹 성장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중국발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이어지며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외부 인사 영입보다 내부 출신의 안정성을 택하면서 장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순혈주의를 깬 30년 만의 외부 출신 회장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후추위는 그룹의 핵심 사업인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 회장을 선택했다.
이후 장 회장은 철강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을 모색해왔다. 특히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용 고망간강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장도 본격화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협력해 연산 500만톤(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신흥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구 14억명의 인도는 자동차와 건설 등 철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장 회장은 인도 외에도 베트남·멕시코 등에서 사업 기반을 넓히며 글로벌 입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포스코의 수익성은 계속 압박받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감소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의 대미 수출이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국이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적용받던 면세 쿼터(연간 263만톤)가 폐지되면서 포스코는 전 세계 철강사들과 미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수출 물량 상한이 사라지며 한국 철강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관세 장벽으로 인해 미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존 한국산 제품의 수요가 미국산으로 일부 대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장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 125개 중 45개를 정리해 약 6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중국 CNGR과 합작한 니켈 정제법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의 해산을 결정했고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합작한 피앤오케미칼과 화유코발트와의 합작 투자도 중단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구미 양극재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즈베크 면방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실적 악화 역시 그룹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태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함과 동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에너지소재 사업은 철회하거나 순연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올해 추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포스코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와 시가총액 회복도 더디다. 작년 3월 21일 장 회장 취임 당시 종가 기준 42만8000원이었던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지난달 10일 장중 22만7500원까지 내려왔다. 이달 중순 30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취임 초기 수준보다 30% 가까이 낮다.
장 회장 취임 기간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도 36조1965억원에서 25조4000억원대로 쪼그라들어 그룹 시총 순위 역시 5위에서 7위로 내려왔다. 앞서 그가 내세운 2030년 시총 200조원 목표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회장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해외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대외 악재가 장기화될 경우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쌍두마차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만큼 이를 실행하고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결국 장 회장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철강 본업 강화와 사업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외 악재가 워낙 커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저가 공세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명확한 성장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화의 쌍두마차-하] 철강 넘어 배터리 소재로 포스코 미래 연다>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