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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사외이사 재직기간 주요국 절반…"상법 개정 부작용"


입력 2022.02.15 12:00 수정 2022.02.15 09:5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총 '사외이사 운영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발표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한국경영자총협회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해외 주요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외이사의 전문성 축적 저해는 물론, 사외이사 인력풀 제한 등의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 2년을 맞아 그동안 변화된 우리 기업의 이사회 운영현황을 분석한 ‘사외이사 운영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총 상위 10대기업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2.5년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시총 상위 10대 기업 평균 5.1년에 비해 월등히 짧았다. 이는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최대 6년으로 제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5개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미국이 7.5년으로 가장 길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2.5년으로 비교 대상국 중 가장 짧았다.


우리나라는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2020년 1월)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평균 재직기간이 3.8년이었으나, 개정 이후 급격히 짧아졌다.


미국의 경우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6년 초과 사외이사 비중이 47.9%에 달하는 등 해외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는 장기 재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비교 대상국 가운데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주요국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 및 평균 재직기간, 장기재직자 비중. ⓒ한국경영자총협회

특히 미국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의 사외이사 중 아서 레빈슨(Arthur D. Levinson)은 21년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를 포함한 애플 사외이사 8명의 평균 재직기간은 9.5년에 달했다.


사외이사의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주요국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기업인(CEO, 임원 등)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으나, 우리나라는 교수 등 학자 출신 비중이 가장 높고 기업인 비중은 비교 대상 5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상황을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 상‧하위 4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은 시총 상위기업보다 하위 기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행령 개정 이전(2019년)에 하위 20개 기업 사외이사의 평균 재직기간이 더 길어(7.5년), 아직 장기근속 하고 있는 사외이사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경총은 이를 근거로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의 영향이 중소‧중견기업에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총 하위 20개 기업의 평균 재직기간은 3.2년으로, 대기업인 상위 20개 기업(2.4년)보다 길었고, 6년 이상 재직자의 비중도 더 높게 나타났다. 재직기간 감소 폭이나 6년 이상 재직 사외이사 비중 감소 폭도 시총 하위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상위 20개 기업은 여성 이사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교체된 사외이사의 43.8%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으로 추정되며, 법 적용 전임에도 적극적인 여성 사외이사 확보 노력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2019년 5.2%→2021년 18.6%)과 이사회에 여성이사가 포함된 기업의 비중(2019년 25.0%→2021년 85.0%)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의 일률적인 재직기간 제한으로 인한 잦은 사외이사의 교체가 전문성 축적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사외이사 인력풀이 넓지 못한 상황에서 특히 중소·중견기업에게 사외이사 신규 선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은 개정된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이사회 구성 관련 성별 규제의 경우 처벌조항이 없음에도 선제적으로 법 준수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사외이사 재직기간 규제 완화를 포함한 기업의 이사회 운영 자율성을 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복합 신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산업의 경험을 가진 기업인 사외이사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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