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자 모두 여성 작가
베스트셀러에도 여성 작가 바람
남혐주의 지적도
6년 전, 1982년 태어난 여성이 태어나면서부면서부터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 가장과 직장, 사회에서 차별을 겪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현실의 성차별 문제를 던지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82년생 김지영’이 촉발시킨 여성서사 물길은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동성 커플과 주인공 중 한 명의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김혜진의 장편 ‘딸에 대하여’, 지구의 멸앙 앞에서 손을 맞잡은 두 여자의 모습을 그린 최진영 소설 ‘해가지는 곳으로’, 싱글맘이자 시인의 삶을 그린 ‘반지하 앨리스’,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등이 여성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다양한 관점에서 써내려갔다. 페미니즘 시각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여성의 이야기를 쓴 여성 작가들의 활약상은 지난해 유난히 두드러졌다.
한국 여성 작가들은 지난해 국내의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며 평단에서도 인정받았다. 2021년 1월 발표된 제12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자는 대상 전하영 작가를 포함해 7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또 문진영 작가가 단편 '두 개의 방'으로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권여선 작가가 단편소설 '기억의 왈츠'로 제15회 김유정문학상을 받았다.
윤고은 작가는 지난해 7월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로 아시아 작가 최초로 영국 대거상(The CWA Dagger)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9월엔 국내 SF 대표 작가인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이 2020년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1차 후보에 올랐다.
대중성 지표인 베스트셀러 명단에서도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다수 포진됐다. 이미예 작가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20년 7월 출시 후 1,2권을 합쳐 100만부 이상이 팔려 교보문고와 예스23 2021 판매량 1위, ‘알라딘 독자가 꼽은 2021 올해의 책’ 2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진행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의 1위부터 5위까지도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이다. 공동 1위는 윤성희 작가의 ‘날마다 만우절’과 최은미 작가의 ‘눈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이어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정한아 작가의 ‘술과 바닐라’가 다음 순위를 이었다.
2021년엔 스타 여성 작가들의 신작도 잇따라 발표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5년 만에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표절로 논란을 일으킨 신경숙 작가는 ‘아버지에게 갔었어’로 6년 만에 복귀했다. 정유정 작가도 ‘완전한 행복’으로 2년 만에 스릴러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최은영 작가는 ‘밝은 밤’을 펴내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조남주 작가의 ‘우리가 쓴 것’이 6년 만에 발표됐고, 정세랑 작가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로 서점인들이 뽑은 '2021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지금의 현 주소가 과거에는 한 때의 현상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 수록 하나의 풍조가 됐다. 여성의 권리와 권익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시류가 되면서 여성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문학 속에 더 적극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독자들 역시 책을 그저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동참했다.
이들은 차별, 억압을 직접적으로 성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우 제주 4·3사건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봤고,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은 증조모·할머니·어머니·딸까지 4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를 썼다. 이외에도 여성 주인공이 된 이야기는 SF, 스릴러, 에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반면 남성 작가들의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16년 10월 공론화된 문단 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도 남성 작가의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문단에서 여성 문인이나 편집자를 대상으로 한 고질적인 성폭력이 있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후 페미니즘, 성소수자 같은 소재에 관심이 커지면서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에 독자들이 더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작가들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에 다수 이름 올리고, 여성 서사가 뚜렷해진 작품들이 평단과 대중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현상 속 이를 불편해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해 1월 말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중단편 소설 중 7편을 선정한다.
2021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로 대상을 거머쥔 전하영 작가를 포함해 수상자들은 모두 여성 소설가의 작품다.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김지연 ‘사랑하는 일',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서이제 ‘0%를 향하여'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이 실려있다. 작품에는 퀴어, 장애, 여성혐오, 가부장제 등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도 담겼다.
이를 두고 수상작들이 모두 여성주의에 치우쳤다는 의견과 심사위원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또한 김지연 작가의 ‘사랑하는 일’은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해 성소수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지만, 남성 혐오 표현인 ‘한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 내 별점테러로 이어졌다.
일부 독자는 박서련 작가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도 문제 삼았다. 작가가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실제와 다르게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서련 작가는 자신의 SNS에 “작품 속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닌 가상의 게임이다. 여성 소설가는 게임을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82년생 김지영’이 출판됐을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들이 벌어진 바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한국에서 태어난 한 여성이 평생을 살면서 겪은 일을 담은 조남주 작가의 소설로, 출간 될 대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책을 읽었다고 SNS에 인증한 연예인은 일부 네티즌들에게 악플을 받기도 했으며 2019년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영화 관련 웹사이트에서 최하점을 받으며 평점 테러를 겪었다.
아직도 페미니즘은 남녀 갈등을 부르는 신념이나 단어로 작용하고 있으며, 창작자의 자유와, 표현의 책임에 대한 대립된 시각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읗 것으로 보인다. 대립하는 의견은 하나의 성숙한 시각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편향성을 문제 삼는 것인지, 단순히 표현을 문제 삼이 작품 전체의 흐름에 흠집과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려하는 것인지, 조금 더 명확한 시선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