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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영업 대출 연체 관리 '경고등'


입력 2022.01.20 06:00 수정 2022.01.20 11:2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개 은행, 3Q 자영업 대출 연체 4529억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가 국내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대출이 가장 적은 데도 연체 규모는 가장 큰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금융지원으로 리스크가 억눌려 있음에도 부실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위험 관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내준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연체된 금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4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은행별로 보면 흐름은 크게 엇갈렸다. 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101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6%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975억원으로, 하나은행은 822억원으로 각각 3.2%와 10.7%씩 해당 액수가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797억원으로 14.1% 감소하며 5대 은행 중 최소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도 922억원으로 10.1% 줄었다.


이 같은 연체 규모와 달리 농협은행의 자영업 대출 보유량은 경쟁 은행에 비해 오히려 작은 편이었다. 관련 대출 규모까지 감안하면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시점 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6조1459억원으로 홀로 50조원을 밑돌았다. 나머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량은 ▲국민은행 81조5723억원 ▲신한은행 60조1460억원 ▲우리은행 52조1939억원 ▲하나은행 54조6674억원 순이었다.


아울러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으로 은행 대출을 둘러싼 위험이 실상보다 축소돼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금융권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억눌려 있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규제 회피 꼼수 우려


문제는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들의 대출에 대한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나 증가한 상태다.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보다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소득은 코로나19 이후 임금 근로자보다 큰 폭으로 줄었고,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되지 못하는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사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규제를 피해 돈을 빌리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빚을 내기 어려워진 개인이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대출을 받아내는 식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기업대출로 분류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어 가능한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 대출의 증가에는 경영난에 따른 수요와 더불어 개인의 부동산 투자 수요도 섞여 있는 만큼,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에서 한꺼번에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에 한층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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